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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개념
길버트 라일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4년 3월
평점 :
흔히 현대철학은 언어를 중심으로 인식론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는 분석철학의 영향도 컸겠지만, 일상언어학파도 있었다. 그 핵심은 단연 길버트 라일인데, 이 책은 바로 그의 주저이다. 아시다시피 여기서 그는 데카르트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즉,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을 '기계 속의 유령'으로 규정했다. 그 근거는 본문 19쪽 이하에서 나오는데, 데카르트가 범주적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주적 오류란 실제로는 A라는 논리적 유형이나 범주에 속하는 정신생활의 사실들을 엉뚱하게 B라는 유형이나 범주에 귀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를 유기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관찰 불가능하고 의심스러운 것으로 간주하여 혼동스럽게 했다. 이런 지적은 본문 39쪽에 있는 '방식에 대해 안다는 것'과 '사실을 안다는 것'이 다른 것과 일맥상통한다. 라일의 이 책은 일상언어학파가 아주 상식에 기초한 논리를 전개하듯이, 의지, 정서, 자기인식, 상상력과 지성에 관해 아주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철학이 관념론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하는 독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철학 서적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