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이해
G.H.폰 리히트 / 서광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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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는지는 몰랐었다. 그러나 존경하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는 이 책의 내용을 잘 알 수 없다. 그리고 260페이지 정도로 비교적 얇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조금만 읽어보면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 든다. 보통 철학책을 쓴 사람들보다 한 차원 위에서 기존의 전통을 정리하고, 인과성의 설명에 대해서 논하고, 지향성과 목적론, 그리고 역사학과 사회과학에서 설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책을 어려운 책을 좀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굉장히 압축적이고 매력적이라는 느낌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는 방식은 다르다는 것을 막연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인과성이나 지향성, 목적론적 설명 등으로 그런 부분을 짚어낸다. 저자인 리히트는 지향성과 실천적 추론을 통해서 새롭게 역사학과 사회과학의 방법론적 기초를 제시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 함의를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이 책에는 별을 6개 7개라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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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의 새로운 지평 - 다산기념 철학강좌 4
존 설 지음, 김기현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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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 11월 프레스 센터,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에서 개최된 존 써얼 교수의 강연 네 개를 묶은 것이다. 원문과 번역이 함께 들어있다. 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써얼이 이전에 쓴 '지향성(Intentionality)'이나 그의 언어철학과 심리철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으나, 의례 이런 강연집은 실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이 책 근처를 몇 번 지나가다 무심코 책을 조금 읽어봤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입장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그는 제1강연에서 전통적 합리성 모델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합리적 행위는 믿음과 욕구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 행위가 오히려 그렇고, 또한 합리성은 합리적 규칙 따르기의 문제가 아니며, 합리성을 어떤 독특한 능력으로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행위에 대한 욕구 독립적인 이유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주장들은 나에게 무척이나 참신했다. 2강연이나 3강연도 흥미로웠지만, 그래도 1강연이 가장 눈길을 끌었는데, 요즘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자세히 공부해보려고 한다. 전통적 합리성에서 그렇게 중요시한 욕구와 믿음에 대해서 어떻게 저렇게 상반된 견해가 나올수 있을까? 여러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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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정치
조돈문 외 / 문화과학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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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정치'는 세계 자동차 산업이 합리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노동의 의미를 탐색해보는 책이다. 국내에서 이 분야로는 널리 알려진 조돈문 교수님, 이영희 교수님과 심상완, 이진동, 조성재 선생님께서 각각 파트를 맡아 책을 펴내셨다. 책의 큰 구성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변화를 탐색해보겠다는 서론 하에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스웨덴, 영국, 이탈리아의 7개국 사례가 꼼꼼하게 분석되어 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개별 챕터들이 하나의 논문으로 읽혀도 손색없을 만큼 완결적이고 밀도가 높다.

나는 비록 학부생이지만, 산업사회학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자동차 산업 분야의 변화양상에 대해서 주목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일본이 특히 포스트 포디즘의 한 사례일 수는 없다는 글이 많았으며, 진정한 포스트 포디즘의 양태로 스웨덴이 많이 언급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가장 최근의 변화 양상을 미국이나 독일은 물론,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등 자동차 대국이면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국가들의 변화양상도 다루었다. 그 점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현재의 변화양상은 대체로 생산성 향상, 생산비용, 특히 노동비용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방식의 합리화와 고용조정, 기술체계와 작업조직에서의 합리화가 일어나고 있다. 90년대의 자동차 산업은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에 수시로 놓이게 되었으며, 고용창출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합리화와 구조조정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또한 노동의 인간화를 추구하면서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팀 작업이 도입되고 그 팀의 자율성이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긴 이야기를 다룰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국가간 자동차 산업의 위기 해결 방안의 차이와, 향후 자동차 산업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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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공간 한울공간환경 14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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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는 비록 지리학과에 소속되어 있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고 미래의 자본주의 사회를 통찰하는 탁월한 능력 때문에 폭넓게 읽히는 학자이다. 나 역시 도시사회학과 공간사회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하비의 책은 매우 심오하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자본의 한계'가 그런 예이다), 또한 교양인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것도 있다('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이 그런 예이다). 이 책 '희망의 공간'은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여기서 그는 70년대 이후의 지리학 주제들 가운데에서 '신체'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 책의 부제는 '세계화, 신체, 유토피아'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일찍이 그가 주목해온 주제였고, 유토피아는 인문사회 분야의 학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제시하는 우리의 미래상이다. 그렇다면, 그가 결국 주목하는 것은 신체라는 미시적 차원이다. 세계화가 공간조정을 통해서 자본축적에 유리하게끔 세계를 재편시키는 과정인 이상 이러한 공간조정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런 재편은 '지리적 불균등발전'을 야기한다. 여기에는 공간적 규모의 변화와 지리적 차이의 생산이라는 요소가 전제되는데, 여하튼 이런 자본의 속도에 의한 공간의 재조정은 필히 우리의 유토피아를 다른 곳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요점이다. 지리적 불균등발전에 대해서 우리의 보편적 권리는 무엇이며, 세계적 공간 속에서, 그리고 축적전략 속에서 정치적 개인과 신체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는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과정과 다원성, '유적 존재'의 회복을 호소하고 있다. 지리학의 매력이 그렇듯이, 이 책은 우리 주변의 현장을 꼼꼼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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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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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기술 시대에 세계에 대해 단지 관조만 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실천철학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저작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공동의 세계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며, '노동의 필연성'과 '작업의 도구성'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 맺도록 행위하는 것이 인간의 행위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을 '아페티투스(appetitus, 욕망)'와 '카리타스(caritas, 자비)'의 이중적 관점에서 서술하면서, 천상의 사랑인 카리타스를 위해 인간의 고향인 이 현세가 희생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천상의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지상의 것을 경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천상과 관계되는 정신적 활동보다 신체적 활동과, 그 정치성에 주목한다. 이 점이 아렌트를 정치철학적 인간학을 발전시킨 인물로 보는 이유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세계소외의 과정에 주목하며,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혼재를 주목한다. 그 속에는 친밀성의 세계인 사적 영역의 부재가 있었으며, 그것이 인간의 소외를 야기했다. 결국 아렌트는 유태인으로서 가지는 '타자적 실존'을 인간의 실존조건에서 사유하려고 했으며, 이념보다는 현실 속의 실천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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