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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기술 시대에 세계에 대해 단지 관조만 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실천철학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저작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공동의 세계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며, '노동의 필연성'과 '작업의 도구성'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 맺도록 행위하는 것이 인간의 행위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을 '아페티투스(appetitus, 욕망)'와 '카리타스(caritas, 자비)'의 이중적 관점에서 서술하면서, 천상의 사랑인 카리타스를 위해 인간의 고향인 이 현세가 희생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천상의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지상의 것을 경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천상과 관계되는 정신적 활동보다 신체적 활동과, 그 정치성에 주목한다. 이 점이 아렌트를 정치철학적 인간학을 발전시킨 인물로 보는 이유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세계소외의 과정에 주목하며,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혼재를 주목한다. 그 속에는 친밀성의 세계인 사적 영역의 부재가 있었으며, 그것이 인간의 소외를 야기했다. 결국 아렌트는 유태인으로서 가지는 '타자적 실존'을 인간의 실존조건에서 사유하려고 했으며, 이념보다는 현실 속의 실천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