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부 그만해라
정찬용 지음 / 푸른숲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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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서평자도 아류작에 불과하다고 글을 올려 놓았지만, 나의 견해도 비슷하다. 단, 아류작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며, 그보다 더 명확하게 이 책의 한계와 단점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저자가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것이 과연 얼마나 큰 효과가 있었는지는 객관적으로 입증이 것이 없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기간에 돌풍을 일으킨 대다수의 영어 학습서가 믿을만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 크다.

신뢰성이란 반복해서 시행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는 정도를 말하는데, 위의 반짝 돌풍을 일으킨 학습서들은 대부분 저자 개인의 독특한 경험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한 저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권해주고 싶은 학습법이지만, 그 효과가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것은 궁극적으로는 UFO를 본 사람들을 믿는 것의 차원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정찬용 선생님이 왜 이런 책을 썼는지가 의심스럽다. 이 책은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겉햝기식 분석에 그쳐있다. 그리고 성적을 향상시킬수 있다는 그 해법도 정말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61쪽에 있는 수학풀기 비법에서 공식은 외우지 않아도 되며, 문제와 답을 함께 펼쳐놓고 풀라고 권하고 있다. 책의 겉표지에는 한 술 더 떠서 2-3시간만 공부해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3이 되어서도 여유만만하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어느 누가 여기에 동의할까? 나 역시 고3을 거쳤고, 소위 명문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이런 학습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 공부가 그렇게 쉽다면 왜들 그렇게 안달이겠는가? 좋은 학습법을 추천하고 싶다면, 그렇게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지 말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입시유형을 분석해서 제시해주던지 아니면 수험생의 학습태도나 동기를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권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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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
프리도 릭켄 지음, 김성진 옮김 / 서광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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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론서들 가운데 좋은 것들은 대체로 눈에 잘 띕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개론서들을 한 열권 쯤만 읽어보면 그런 것은 대체로 판별이 되죠. 전공수업을 한 번 들어도 그런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은 용이하구요. 이 책은 다른 헬라스(박종현 선생님의 주장에 따라 희랍이 아닌 헬라스로 표기했습니다) 사상 입문서 가운데에서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았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소개를 합니다.

이 책은 코플스톤의 책에 버금갈 만큼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죠. 다른 책에서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어떤 반론에 부딧힐 수 있는지를 찾으려면 좀 어렵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그 형성과 더불어 비판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이 간명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파르메니데스'편에 나오는 비판점들은 한 이데아를 분유하는 개개의 사물은 이데아를 전체로 가지거나 부분으로 가져야 하는데, 둘 다 이데아의 단일성이 파괴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별자에게 공통되면서 단일한 이데아가 가능한지를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또, 유명한 '제3인간 논변'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비교적 최근의 것까지 잘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예컨데, 위의 첫번째 문제는 부분과 전체를 공간적 의미로만 파악하는 것은 범주적 혼동이라고 반론하는 것이죠. 또, '제3인간 논변'은 '술어의 자기 서술(self-predication)'이나 '사도 바오로 식의 서술'로 이해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전반적인 과정은 이데아론이 보편적 술어에 대한 논구인 의미론에서 존재론 인식론으로 이어지는 과정 중에 나타난 결함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프리도 릭켄의 이 책은 여타의 개론서를 넘어서는 꼼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헬라스 속담으로 이 말을 알려주는 것 밖에 없겠네요. '주어진 것을 선용할지니(to paron eu poi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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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하룻밤의 지식여행 8
데이브 로빈슨 지음, 김태경 옮김 / 김영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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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가지고 플라톤을 안다고 하지는 마십시요. 그러나, 플라톤을 공부하다가 도저히 감이 안 잡힐 때는 이 책을 읽어보십시요. 아무래도 만화 형식으로 씌여져 있다보니 이해하기는 쉽습니다. 이 책은 플라톤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며, 주요 저작들에서 그런 것들이 어떻게 구체화되어 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우티프론'에서는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 도덕'과 '철학적 추론에 근거한 도덕'을 구분하면서, 참된 도덕적 지식은 철학적 사유와 담론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파이돈'에서는 혼의 불멸성에 관한 논증을 합니다. 즉, 철학적 사유는 육체(soma)에서 혼(psyche)을 자유롭게 하는 과정이라고 플라톤은 봅니다. 유물론자인 심미아스는 이를 납득하지 못하지요. 또 '메논'에서는 유명한 상기(anamnesis)론을 주장합니다. 즉, 아레테(덕 혹은 훌륭함으로 번역됨)는 극소수 사람만이 상기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죠. 이런 상기의 과정이 바로 현실계의 인간이 이데아계로 향하는 목적론적 지향의 과정이구요. 다른 한편으로 그는 '국가'에서 나타난 사상을 맑스, 니체, 홉스 등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하룻밤에 생각하기에는 많은 분량입니다. 그러나 찬찬히 되짚어본다면, 플라톤이 우리의 인생에서 좋은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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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 철학 입문 - 탈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W.K.C.거스리 지음, 박종현 옮김 / 서광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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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서평하신 분들께서 거스리 책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제가 추천을 한다면, 코플스톤이나 프리도 릭켄의 책을 추천하겠습니다. 아니면, 논문 중에서도 희랍 철학자의 사상을 잘 정리한 것도 많구요. 예를 들어, 플라톤의 전기 철학...이런 식으로요. 여하튼, 제가 읽어본 바로는 거스리의 책이 유일한 희랍 철학 입문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희랍철학은 밀레토스 학파나 일련의 자연철학자들이 질서 정연한 우주에 관해 호기심을 가졌다면, 소크라테스에 와서 인간과 도덕에로 문제의식이 전향되죠. 그는 우리가 아레테를 얻고자 한다면 인간의 목표 또는 기능을 발견하고 규정하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구요. 물론 그의 성과는 그 유명한 '귀납적인 논구'와 '보편적인 정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플라톤은 그런 소크라테스의 윤리적 문제를 추구하면서도, 이원론을 주장하죠.

아마 소크라테스나 헤라클레이토스의 영향이 컸을 것입니다. 여하튼 이런 현상계와 이데아계의 이원적 세계를 설정하고, 그 둘의 관계를 관여나 모방으로 설명하죠. 차근차근 공부해보면 고대철학에는 근대, 현대 철학의 모든 미세한 뿌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번역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입문서를 읽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직접 플라톤의 원전을 영어로라도 읽으세요.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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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운명 - 사이버펑크에서 철학으로
이정우 지음 / 한길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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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에는 이정우 선생님께서 굳이 이런 책을 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제작년에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을 때, 라이프니츠에 관한 책을 준비중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책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책은 이미 영화계 안밖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던 명작들, 즉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식상해 보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명작들을 영화 바이센테니얼맨과 등치시키는 것은 좀 잘못되지 않나 생각도 한다. 내용이야 비슷할지라도 깊이가 다르고 감독의 의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보니 책을 읽는 맛은 있었다. 새록새록 영화 생각도 나고, 이정우 선생님이 그 분의 언어로 자아, 죽음, 생명 등을 풀어 이야기 해주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철학적인 개념들이 많아서, 그 분이 즐겨 쓰는 몇몇 개념들을 이미 알고 있어야 맛이 우러날 것이라는 생각이 안타깝기도 했다. 여하튼 이 책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잘 정리되어 있고, 구석구석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생각거리가 제시되어 있다. 함께 생각해보면 그 명작들을 한층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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