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
프리도 릭켄 지음, 김성진 옮김 / 서광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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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론서들 가운데 좋은 것들은 대체로 눈에 잘 띕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개론서들을 한 열권 쯤만 읽어보면 그런 것은 대체로 판별이 되죠. 전공수업을 한 번 들어도 그런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은 용이하구요. 이 책은 다른 헬라스(박종현 선생님의 주장에 따라 희랍이 아닌 헬라스로 표기했습니다) 사상 입문서 가운데에서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았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소개를 합니다.

이 책은 코플스톤의 책에 버금갈 만큼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죠. 다른 책에서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어떤 반론에 부딧힐 수 있는지를 찾으려면 좀 어렵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그 형성과 더불어 비판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이 간명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파르메니데스'편에 나오는 비판점들은 한 이데아를 분유하는 개개의 사물은 이데아를 전체로 가지거나 부분으로 가져야 하는데, 둘 다 이데아의 단일성이 파괴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별자에게 공통되면서 단일한 이데아가 가능한지를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또, 유명한 '제3인간 논변'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비교적 최근의 것까지 잘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예컨데, 위의 첫번째 문제는 부분과 전체를 공간적 의미로만 파악하는 것은 범주적 혼동이라고 반론하는 것이죠. 또, '제3인간 논변'은 '술어의 자기 서술(self-predication)'이나 '사도 바오로 식의 서술'로 이해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전반적인 과정은 이데아론이 보편적 술어에 대한 논구인 의미론에서 존재론 인식론으로 이어지는 과정 중에 나타난 결함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프리도 릭켄의 이 책은 여타의 개론서를 넘어서는 꼼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헬라스 속담으로 이 말을 알려주는 것 밖에 없겠네요. '주어진 것을 선용할지니(to paron eu poi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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