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그 후 - 주한미군범죄 55년사 - 20세기 야만과의 결별을 위한 현장 보고서
오연호 지음 / 월간말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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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끝난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나는 '대한민국'을 외치기가 상당히 입에 껄끄러웠다. 그 이유는 월드컵과 나의 조국 사랑이 그렇게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그나마 한국인임을 자각하게 되는 것은 오연호씨의 이와 같은 책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한-미 관계와 관련된 책들이 있는 서가로 가면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된 책 가운데에서 단연 오연호씨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그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올바른 한미관계를 염두하면서 책을 써왔다. 그가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에 천착하게 된 것은 사실 대학생 시절부터였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288쪽 이하에 나와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시작했던 그 문제의식은 이제 어엿하게 '노근리 학살 사망자 명단'(36쪽 이하)과 '범죄일지1945-1999'(297쪽 이하)를 만들어낼 만큼 성숙해 있다. 기자 특유의 꼼꼼함이 믿음직스럽다. 책 전반은 노근리 사태를 취재하여 묶어낸 1부와 그것의 맥락인 미군 범죄의 55년 역사를 엮어낸 2부, 그리고 결어로 되어 있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에 대한 사랑은 그것에 대한 앎과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이에 따르면 조국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조국이 밟아온 역사에 대한 앎에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또 다른 대한민국과 나의 조국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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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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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노자'라는 이름을 듣게 된 것은 대학로의 C 연구실에서 였다. 그곳에서 이번 여름에 박노자 선생님이 강연을 한다고 해서 '그가 누구지?'하고 생각했는데, 이 참에 그의 책을 읽으니 참 감탄의 연발이다. 사실 그간 외국인이 본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들은 수없이 있어왔다. 그런데, 새삼 박노자 선생님에게 감탄하는 이유는 그가 전문적으로 한국학을 공부하여,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마인드와 관념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며, 그런 이유로 한국의 이념형(ideal type)에서 벗어나 있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들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 용어들도 참 맛이 색달랐고, 북한을 언급하는 부분도 전문가 뺨 쳤다. 미려한 한국어 솜씨와 한자, 그리고 유교문화와 우리나라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부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강추'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정말 이 책은 올해에 가장 빼어난 교양 서적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말하는 귀화 시험에서 본 한국의 배타성(27쪽), 전근대적인 우상숭배(42쪽 이하), 영어공용화론의 망상(62쪽 이하), 한국식 오리엔탈리즘으로 이름붙인 일상적 차별(70쪽 이하), 민족주의의 문제(204족 이하) 등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하다. 특히 그저께 있었던 북한의 NLL 침범 문제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이 책 137쪽에서 나타난 동족살상의 문제와 함께 비교해서 읽어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태이다. 여하튼 이루 말할 수 없는 좋은 글들이 여기에 많이 있다. 두말없이 강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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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기술
W. R. Luckie 지음, 한순미 옮김 / 학지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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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자체는 '대학에서의 공부전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그 내용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학습전략의 뼈대를 갖추고 있다. 저자나 번역자 모두 학습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을 공부한 분들이고, 책 내용 역시 그런 실험과 논리에 의거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49쪽의 학습곡선: 복습하지 않았을 때 읽거나 들은 정보의 회상률'을 보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신뢰가 가며, 찬찬히 읽어두면 학습에 효과를 볼 것 같다.

저자가 주장하는 체계적 학습의 틀은 듣기, 읽기, 수업참여, 노트정리의 방법을 일러주는 '투입', 학습과 기억, 자기-관리, 복습, 집중 등으로 이루어진 '과정', 그리고 시험치기, 보고서 쓰기 등으로 이루어진 '산출'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런 큰 틀은 세부적인 방법과 요령에서 더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듣기는 어떻게 하며, 노트는 어떻게 정리하고, 학습과정을 어떻게 통제하며, 시간 관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그리고 시험을 쳤을 때 학습결과가 얼마나 어떻게 산출되었는지를 자체 파악이 가능하게 하여, 실수를 다시 재투입의 피드백 과정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런 책이 비록 딱딱하긴 하지만 시중의 흥미 자극적인 학습 안내서보다 더 좋다고 본다. 결국 공부는 동기를 어떻게 유발하며, 그런 동기가 학습방법의 체득으로 이어져, 학습동기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게 하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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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어려워? 대학이 부러워?
정사모 엮음 / 도서출판 오상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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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학 '정석'에 대해서 무료학습을 해서 언론매체에 주목을 받았던 '정사모(정석을 사랑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이 만든 책이다. 그 구성원들은 대개 국내 명문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인데,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입시공부를 하는 방법을 개인들의 경험에 근거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책 제목 자체가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게다가 이런 책 자체가 출판사의 논리로 출판되는 것은 아니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책 내용을 꼼꼼히 읽어봐도 입시공부를 하는 방법이 각양각색이라서 결국 결론은 꾸준히 열심히 하는 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에 다닌 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위 유명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사회생활에서 꽤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까지 조장되는 것은 참 안스럽다. 명문대학에 합격한 이 11명의 공부방법이 그리 과학적인 분석인 것도 아니고, 그들의 경험담 자체도 처음에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니까 전교 몇 등 안에 들더라는 식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치열했던 경험은 대학생활을 통해서 잊혀졌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입시에 대해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는 책이라면 좀 더 깊이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책이 일반적인 공부방법 소개에 그치는 이상, 책장을 덮고 나면 남는 생각은 이 사람들이 천재로 보이고, 그들의 성공담을 부러워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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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천재들은 하버드가 꿈이 아니다
유영만 지음 / 한언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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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안동대학교 교수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상당부분 '민사고(민족사관고등학교)'의 현 제도를 소개하고 옹호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에 덧붙여 말미에서는 민사고에 입학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차라리 입학안내서에 준한다고 하겠다. 정작 필요한 것은 민사고에 대한 비판이다. 알다시피 과거부터 민사고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언론의 비판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것 중에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사고는 수업도 대화도 모두 영어로 한다. 48쪽 이하부터 계속 그런 내용이 곳곳에 등장한다. 물론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국어를 사용하지만,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논리로 그 제도를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와 같은 영어 수업이 민족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민사고의 특성에 부합하는가? 외국어 고등학교도 이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영어를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명 수단이긴 하지만, 어이 없는 목적에 근거하고 있다. 그 목적이란 아이비리그에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 그것이 뚜렷히 나타나 있다. 아이비리그가 안되면 적어도 한국의 소위 명문대가 그 목표이다. 134-135쪽에는 민사고 학생들의 국내 명문대 진학 현황이 도표로 제시되어 있다.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민사고가 우수한 학교가 되려고 하는 노력은 좋다. 그러나, 민족을 대표하고 전통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고등학교가 미국 아이비리그에 대학을 보내려고 절치부심하고, 그 때문에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과연 정당한가? 정말 민사고가 우수한 학교가 되려면 민족과 전통에 대한 민족적 정체성과 마음가짐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민사고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더군다나 처마가 있는 전통의 우리 건축물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정말 부럽다. 그러나 그들의 방향이 옳은지는 재고의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민사고를 단지 소개하고 옹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인 비판도 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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