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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천재들은 하버드가 꿈이 아니다
유영만 지음 / 한언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안동대학교 교수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상당부분 '민사고(민족사관고등학교)'의 현 제도를 소개하고 옹호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에 덧붙여 말미에서는 민사고에 입학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차라리 입학안내서에 준한다고 하겠다. 정작 필요한 것은 민사고에 대한 비판이다. 알다시피 과거부터 민사고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언론의 비판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것 중에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사고는 수업도 대화도 모두 영어로 한다. 48쪽 이하부터 계속 그런 내용이 곳곳에 등장한다. 물론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국어를 사용하지만,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논리로 그 제도를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와 같은 영어 수업이 민족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민사고의 특성에 부합하는가? 외국어 고등학교도 이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영어를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명 수단이긴 하지만, 어이 없는 목적에 근거하고 있다. 그 목적이란 아이비리그에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 그것이 뚜렷히 나타나 있다. 아이비리그가 안되면 적어도 한국의 소위 명문대가 그 목표이다. 134-135쪽에는 민사고 학생들의 국내 명문대 진학 현황이 도표로 제시되어 있다.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민사고가 우수한 학교가 되려고 하는 노력은 좋다. 그러나, 민족을 대표하고 전통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고등학교가 미국 아이비리그에 대학을 보내려고 절치부심하고, 그 때문에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과연 정당한가? 정말 민사고가 우수한 학교가 되려면 민족과 전통에 대한 민족적 정체성과 마음가짐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민사고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더군다나 처마가 있는 전통의 우리 건축물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정말 부럽다. 그러나 그들의 방향이 옳은지는 재고의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민사고를 단지 소개하고 옹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인 비판도 했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