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과 담론
윤평중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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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을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전반부에서는 강준만, 홍윤기 교수와의 논쟁을 담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자유주의와 한국사회'라는 담론을 해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준만 교수님이 일단 논쟁의 자리를 계속적으로 확장해가고 있었기에 이제 이런 형식의 책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분의 편만을 드는 것은 아니다. 윤평중 교수님의 반론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강준만 교수님의 글에 대한 재반론은 그것이 작금의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어떤 논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반론의 반론을 위한 지면을 확보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 같다. 홍윤기 교수님과의 논쟁도 그것이 단행본으로 묶여서 다시 소개되어야 할만한 좋은 논쟁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담론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한국 사회의 자유주의의 실체에 관한 분석 역시 힘이 좀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우리 안의 자유주의 문제를 굳이 푸코나 '지적 사기' 논쟁으로 돌려버리는 것은 회피라는 생각이다. 즉, 진정한 논쟁과 담론을 분석하기에는 아직 밀도가 떨어져 보인다. 저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방어의 느낌이 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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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모더니티 - 사회와 철학 2
사회와철학 연구회 지음 / 이학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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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이와 같은 제목과 저자의 책은 실망감을 안겨준 경험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 밀도가 아주 뛰어나다. 책 제목에 걸맞는 논문들을 정연하게 묶어 놓은 것인데, 갖추어야 할 형식을 다 갖추고 있으며 그 완성도도 아주 높은 글들이 많다. 나는 김선욱, 문성훈, 고미숙의 글을 재밌게 읽었다. 일단 김선욱은 한나 아렌트의 정치에 대한 이해가 기존의 도덕적 판단에 따른 접근에서 벗어나 칸트와 하버마스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칸트의 판단이론을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합리성과 연계시키고 있다. 문성훈은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을 비롯하여 두 개의 글을 썼다.

나는 자유를 실현하는 규범적 기획으로 현대성을 규정하고 있는 논문에 대해서 주목했다. 그 글은 사회적 질서와 자아 형성의 차원에서 자유 개념을 발전시킨 칸트와 니체에게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 한계가 아도르노와 하버마스, 푸코로 이어지면서 어떤 발전과정을 겪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고미숙의 글은 한국 문학사에서 근대 계몽기를 접근할 때 흔히 전제되었던 '내적 발전'이라는 환상을 벗어나야지 근대 계몽기의 특이성이 발견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이 책을 펴낸 사회와 철학 연구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그 시리즈 역시 꾸준히 간행되고 있으니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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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시대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발전
임현진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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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진 교수님이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발표한 논문들을 가필 없이 묶은 책이다. 그 내용은 제목과 같이 지구시대에 한국이 민족주의와 지역주의, 그리고 세계주의를 넘어 어떻게 발전해가야 할 것인지를 성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연구범위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 내용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게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의미와 그 출범 이후 미국 노사관계의 변화가 과연 어떤 의미에서 지구시대로 대표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2부에 들어와서 전개되는 발전문제와 종속이론에 관한 내용도 큰 맥락에서는 제목이나 1부와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3부에서는 그나마 한국사회에서의 문제점들이 다뤄지지만, 결손국가론이나 박정희 체제의 지배 이데올로기 등은 제한된 논의점들이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결론에서 '포용과 융합의 사회발전'이라는 큰 테제를 이끌어내기에는 책의 각론들이 잘 통합되어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별논문 자체의 의미는 있지만, 그것을 책으로 굳이 다시 펴낸다면, 그에 걸맞는 새로운 의미와 구성을 해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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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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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이 책을 흥분 속에서 읽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기꺼이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네요. 이 책에는 정말 공부하면서 독서하는 지성인의 전형이 담겨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책꽂이 한 개 반 정도 분량의 책을 읽고(대략 500권), 서점을 순례하고, 비서를 구하고(비서를 구하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특히 책들을 위한 고양이 빌딩을 지은 것은 감동적입니다. 198쪽 이하에 고양이 빌딩의 도면이 층층마다 있는데, 저도 이런 대형 서재를 갖고 싶은 부러움이 가득합니다.

사실 책읽기는 즐거운 과정이기도 하지만, 의식과 의지를 꾸준히 자극하고 통제하는 과정입니다. 다치바나씨의 말처럼 '오토마온(automaton, 34쪽)'의 과정이 아니라는 말이죠. 이런 점에서 책을 사랑하고 책을 매일 읽고, 또 글을 쓰는 작업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적인 욕구가 있고, 자율적이고 싶고, 또 사유의 세계를 무한히 증폭시키고 싶은 본연의 욕구가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한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 읽었지만, 하나 다시 사려고 합니다. 독서광들에게는 자극이 되는 부분도 많고, 또 책을 정리하는데 유용한 팁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다치바나씨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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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외교정책 - 벼랑에 선 줄타기외교의 선택
김계동 지음 / 백산서당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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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 분야의 논문에는 북한의 외교정책에 관해 '게임이론'을 통해서 접근한 논문들이 꽤 있다. 그것은 쉽게 말해, 어느 시점마다, 그리고 어느 국면마다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혹은 여타의 주변국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선택하는가를 분석한 것이다. 거기에는 북한이 개방외교나 실리외교나, 아니면 어떤 경로로 나아가고 싶어하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그 시점에서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와 자원 등이 논의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분석도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결과론적인 것들도 많다. 그 이유는 북한의 태도가 항상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 대해서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외교정책의 유형을 적대외교, 협력외교, 동맹외교, 비동맹외교로 분류한 다음, 각 외교상황과 그 변화과정에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해 왔으며, 그들의 선택에는 주변열강이 어떻게 개입되고 영향을 주어 왔는지가 논의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역사적 분석을 통해서 앞으로의 북한의 외교정책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벼랑에 선 줄타기외교의 선택'이지만, 개인적으로 북한의 외교정책이 항상 궁지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오히려 그들은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끌고 가는 면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햇볕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참 곤혹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북한에 관한 연구 자체가 요동치는 면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읽어볼만한 연구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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