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와 끼리 - 남성 지배문화 벗기기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8
정유성 지음 / 책세상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변혁과 교육 개혁의 토대라는 머릿말에 공감한다. 또한 모순이 첨예할수록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첨예해진다는 점도 절반은 수긍한다. 사실 지금의 남성주의, 혹은 '가부장적 기획(patriachal project)'이 생산 일변도의 논리라는 점에서 생태 원칙을 흐트러뜨리고 타자를 정복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결국 가족과 국가만의 코드로 재단되는 의사소통 형식을 강제했음은 옳다. 소위 근대적 이성의 동일자가 남성 중심의 지배문화와 등치되는 것은 하나의 구조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재생산되는 것에는 별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시하는 대안적 태도는 흥미로웠다. 뒤짚어 보기, 다르게 느끼기, 이어보기, 빠져나오기, 가로지르기(86쪽 이하)가 그것인데, 좀 선문답 같은 느낌도 들지만,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이었다. 단, 동일자로서 남성의 지배체제는 어디까지나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결론처럼 개인의 태도와 의식의 측면으로 해결을 떠넘기면 극복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상 대우학술총서 구간 - 문학/인문(번역) 44
제리 포더 / 민음사 / 1991년 9월
평점 :
절판


유럽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는 그나마 좋은 책들이 쉽게 절판되고 재판이 나오지 않는다. 안타까움이 크다. 제리 포더의 이 책은 아주 유명하며, 내가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비록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밖에 없었지만, 빨리 재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에서 포더는 필리신이 인지자들은 공통적으로 표상을 기초로하여 행동한다는 주장을 깊이있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정리된 '표상적 심리론'을 통해서 컴퓨터 과학에로까지 천착한다. 가히 인지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저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유심론과 생득설을 결합하는 정도의 입장에서 경험론을 지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기능주의, 내포성(intensionality), 심적 표상과 같은 개념을 축으로 전개되는 입장이다. 심리철학에 관한 지식(토큰과 타입에 대한 구분도 언급된다)과 인지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으나, 열심히 읽어서 그의 다른 책들을 이해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 경험론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526
김효명 지음 / 아카넷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철학을 좋아하는, 정확히 말해 그것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부생이다. 김효명 교수님의 책을 보고서 당장 읽기 시작했고, 뒷맛도 참 좋았다. 일단 영국경험론은 아시다시피 상식의 연장에서 나온 철학이다. 그리고 그 전통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예컨데, 길버트 라일과 같은 일상언어학파가 영국에서 가능한 것, 버트란드 러셀이 총애받는 것이 바로 영국경험론의 토대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일반적인 개론서(예컨데 코플스톤의 것)와 달리 영국경험론의 문제 중심으로 로크, 버클리, 흄 등을 비교하고 있기 때문에 참신하다.

그리고, 인물 중심으로 엮인 것보다 공부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즉, 그들의 인식론을 잘 공부하면 오늘날의 '감각자료', '직접적 소여'에 관한 논쟁들까지 이해할 수 있다. '토대주의', '정합주의', '관찰의 이론의존성'은 여전히 그들의 상식과 같은 선상에서 제기된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이성의 권위가 폭로되고 경험의 의미가 재고찰되는 시대가 오늘날이다. 이쯤에서 국내의 유명한 철학자의 철학적 연구를 영국경험론으로 만나는 것은 충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수영 평전
최하림 지음 / 실천문학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 최하림을 좋아했었다. 그가 쓴 김수영 평전이다. 그의 어머니의 증언과 육성이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 김수영이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351쪽 이하에서 나오는 이어령과의 논쟁에 마음이 쏠렸다. 유명한 만큼 굳이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읽을수록 김수영의 뜻밖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는 외침은 우연히 죽음으로 귀결되고, 우리의 삶은 우연히 침묵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가 말했다.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라고. 우리의 현실이 뒤떨어진 것이 안타깝고, 그보다 더 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가 안타깝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예술이여 문학이여. 세상이 그들을 변방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희 자신들이 나태해진 것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나마 대학시절 밤새 읽혔던 시와 소설들도 요즘은 읽는 이가 없다. 과감히 현실로 뛰어들고, 그 규범과 척도를 넘어서 창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수영이 지적했듯이, 시인의 지성은 세계를 거쳐 우리 나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모든 참여시의 숙제가 그것이다. '작은 눈으로 큰 현실을 다루거나 작은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지 말고 큰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게 되어야 할 것이다. 큰 눈은 지성이고, 그런 큰 지성만이 현대사에서 독자를 리드할 수 있다'(본문 4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한 인식과 한반도
홍순호 외 / 살림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개정판이 나와 있지만 저는 구판을 읽었습니다. 분량과 크기는 똑같다고 되어 있으니, 지금 쓰는 서평도 책을 구입하는데 작은 도움이남마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좀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북한학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학문이기에 그 의의도 크고 또 분단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측면도 큽니다. 이 책은 학부과정의 통일이나 북한학 관련 강좌에 쓰일만한 개론서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이 책을 강의 교재로 쓰더군요.

책의 구성은 북한 인식의 필요성과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 요소로 주체사상, 한국전쟁, 김일성에 대해서 일단 짚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법체계, 관료제와 같은 정치구조를 다루며, 군사, 경제적 특징, 계급구조(이 부분은 성 불평등 구조와 함께 주목할만 합니다), 가족제도, 사회와 문화 영역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통일의 의미에 대해서 재고찰하며, 그 방안과 국제적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교재의 성격을 가지며, 부록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일성헌법', '북, 미 기본합의서', '남북한 주요 합의문'등이 실려 있어 유용하게 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