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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평전
최하림 지음 / 실천문학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 최하림을 좋아했었다. 그가 쓴 김수영 평전이다. 그의 어머니의 증언과 육성이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 김수영이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351쪽 이하에서 나오는 이어령과의 논쟁에 마음이 쏠렸다. 유명한 만큼 굳이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읽을수록 김수영의 뜻밖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는 외침은 우연히 죽음으로 귀결되고, 우리의 삶은 우연히 침묵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가 말했다.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라고. 우리의 현실이 뒤떨어진 것이 안타깝고, 그보다 더 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가 안타깝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예술이여 문학이여. 세상이 그들을 변방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희 자신들이 나태해진 것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나마 대학시절 밤새 읽혔던 시와 소설들도 요즘은 읽는 이가 없다. 과감히 현실로 뛰어들고, 그 규범과 척도를 넘어서 창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수영이 지적했듯이, 시인의 지성은 세계를 거쳐 우리 나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모든 참여시의 숙제가 그것이다. '작은 눈으로 큰 현실을 다루거나 작은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지 말고 큰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게 되어야 할 것이다. 큰 눈은 지성이고, 그런 큰 지성만이 현대사에서 독자를 리드할 수 있다'(본문 4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