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세상에 태어난 값을 하고 싶다
고명인 지음 / 명진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물론 행간에 드러난 의미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겠으나, 그래도 여성학을 배운 학생으로서 대담하게 몇가지 질문을 던지는게 도리일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이런 류의 성공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이런 자서전+성공담은 이데올로기적인 허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이 책을 예로 들어볼때,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는 과정이 더 좋은 노동시장에 진입(여기서는 의사가 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느냐에 심히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여성은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구조적으로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누린다. 불평등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소위 성공한, 높은 사회적 지위의 여성들은 생물학적인 성만 여성이지 사회적 성은 남성이라는 비판이 많다. 나 역시 공감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를 비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차원을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으로 돌려도, 왜 꼭 의대에 들어간 것이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토대가 되어야 하나? 학벌주의 아닌가? 나의 이야기가 너무 극단으로 흐른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삶의 의미가 그런 경쟁에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우리의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그렇게 재단하는 것이 마땅한지를 다시 묻고 싶다. 성공과 정체성이 그런 것이라면, 타자와 사회적 지배구조가 승인해 주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나의 정체성과 성공을 거절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동자 계급에게 안녕을 말할 때인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이원영 옮김 / 책갈피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칼리니코스를 존경한다. 그의 글에는 날카로운 논리와 더불어 따듯한 열정과 희망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의 그런 태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일단 19세기 후반부터 우리에게 사회 변혁의 세력은 산업 프롤레타리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중간계층도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랬지 못하고, 결국 계급은 계속 그 의미를 스스로 축소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변혁의 주체로서 계급 개념을 재차 정리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 산업 노동력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생산은 고용 성장률보다 항상 몇 배로 성장했다.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만큼, 더욱 강력한 산업 노동력(즉, 넓은 의미에서의 프롤레타리아)은 창출된다. 그렇다면 계급은 어떻게 해야 다시 포괄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일단은 직업의 종류를 넘어서, 생활수준에 따른 계층적 차이를 넘어서, 귀속지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계급은 맑스의 주장처럼 사회 내의 객관적 관계이다. 그리고 이것은 각 계급들의 적대성과 계급투쟁을 수반한다. 계급 자체가 '사회적 생산관계 내에서 차지하는 공통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 시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급을 논하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스의 역사
오토 에프 베스트 & 볼프강 엠 슐라이트 지음, 차경아 옮김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뭐 이런 책도 다 있냐고 생각했다. 하긴 요즘은 10년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주제들에 대해서도 구석구석 단행본이 나온다. 그만큼 우리의 사고가 유연해지고 기존의 규범을 급속히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것일테다. 이 책에서 저자는 키스의 의미를 육체에서, 정신에서, 그리고 사회 문화에서 다각도로 찾아보고 있다. 소리, 접촉, 시간에 따라서 키스를 구분할 수도 있고, 그 의미나 상황에서도 키스를 구분할 수 있다. 물론 행위 당사자들에 의해서도 구분 가능하겠다.

즉, 동물, 모자, 연인, 종교인에 의한 키스는 각각 다를 것이다. 여하튼 이 책에는 일단 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모두 다루어지는 것 같다. 서양의 경우에 국한되겠지만,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고찰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에도 이런 분석이 가능할까? 우리에게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키스는 볼 수도 없었고, 이야기도 되지 않았다. 일단 책을 읽으면 여러 단상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책 자체가 굳이 어떤 통일성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단지 키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파편적인 느낌도 든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0
김미경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페미니즘 정치경제학과 여성 노동을 공부하였다. 이 책은 그런 공부를 압축한 것이라 생각된다. 일단 저자는 지금의 노동시장의 구조가 여성의 삶과 노동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짓는 차원을 보여주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생산성의 획일적 진리 앞에서,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노동사회의 남성 중심주의 앞에서, 여성노동의 현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전 세계 노동의 2/3를 여성이 담당하고 있지만, 그 수입은 남성의 1/10이고 1/100의 노동수단만을 가지고 있다. 세계 인구의 반이 여성이면서, 빈자의 70% 문맹인의 66%가 여성이다.

그러나 세계경영자의 14%, 국회의원의 10%, 장관의 6%만이 여성이다(본문 77쪽).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더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은 통렬하다. 결국 여성이 정치화되고 집합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주의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것은 곧 그들의 생존방식의 한계를 타파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이 가족주의의 극복은 체제의 구조적 변혁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결국 미시적 차원에서의 개인이 아닌 집합적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런 집합화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나는 결국 여성학의 미래라고 본다.

여성학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수업에서 한 학생이 남성학은 왜 없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여성학, 여성주의는 남성만의 논리로서 남성 지배체제와는 달리 공존의 담론이다. 갈등적 담론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진정한 유토피아에서 여성과 남성은 이념적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물적인 차원에서도 평등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어트의 성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석사 논문을 기초로 쓰여진 글 같다. 그러나 매력적인 주제를 매력적으로 풀어나간 점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외모와 몸이 사회적 불평등의 정당화 이데올로기에 근거되고 있음은 중요한 지적이다. 지난날 여성의 역사에서도 그것은 증명되는데, 지금의 외모 관리는 그런 지배 이데올로기의 정당화 메커니즘이라는 주장을 하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한다. 다이어트 역시 여성이 주체적으로 행하는 개인적 성격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남성들의 시선과 욕망, 그리고 사회적 억압과 여성으로서의 적응과 인정의 차원으로서 이해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마른 몸이 건강한 몸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적 논리도 이런 지배 체제를 뒷받침하는데 쓰이므로 과학 역시 사회적 지배 담론에 영향받는 요소임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이런 일상의 검열과 규율화가 근대적인 여성을 곧 복종적 여성으로 규정하며 그런 과정에서 구조를 은폐하고 개인의 선택만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의 이런 다이어트 열풍과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여성에게 사회적 존중과 사랑의 기준을 만들려는 차별적 열병이 극복되는 것이 결국 여성학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