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세상에 태어난 값을 하고 싶다
고명인 지음 / 명진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물론 행간에 드러난 의미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겠으나, 그래도 여성학을 배운 학생으로서 대담하게 몇가지 질문을 던지는게 도리일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이런 류의 성공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이런 자서전+성공담은 이데올로기적인 허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이 책을 예로 들어볼때,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는 과정이 더 좋은 노동시장에 진입(여기서는 의사가 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느냐에 심히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여성은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구조적으로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누린다. 불평등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소위 성공한, 높은 사회적 지위의 여성들은 생물학적인 성만 여성이지 사회적 성은 남성이라는 비판이 많다. 나 역시 공감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를 비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차원을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으로 돌려도, 왜 꼭 의대에 들어간 것이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토대가 되어야 하나? 학벌주의 아닌가? 나의 이야기가 너무 극단으로 흐른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삶의 의미가 그런 경쟁에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우리의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그렇게 재단하는 것이 마땅한지를 다시 묻고 싶다. 성공과 정체성이 그런 것이라면, 타자와 사회적 지배구조가 승인해 주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나의 정체성과 성공을 거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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