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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0
김미경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페미니즘 정치경제학과 여성 노동을 공부하였다. 이 책은 그런 공부를 압축한 것이라 생각된다. 일단 저자는 지금의 노동시장의 구조가 여성의 삶과 노동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짓는 차원을 보여주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생산성의 획일적 진리 앞에서,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노동사회의 남성 중심주의 앞에서, 여성노동의 현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전 세계 노동의 2/3를 여성이 담당하고 있지만, 그 수입은 남성의 1/10이고 1/100의 노동수단만을 가지고 있다. 세계 인구의 반이 여성이면서, 빈자의 70% 문맹인의 66%가 여성이다.
그러나 세계경영자의 14%, 국회의원의 10%, 장관의 6%만이 여성이다(본문 77쪽).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더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은 통렬하다. 결국 여성이 정치화되고 집합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주의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것은 곧 그들의 생존방식의 한계를 타파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이 가족주의의 극복은 체제의 구조적 변혁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결국 미시적 차원에서의 개인이 아닌 집합적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런 집합화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나는 결국 여성학의 미래라고 본다.
여성학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수업에서 한 학생이 남성학은 왜 없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여성학, 여성주의는 남성만의 논리로서 남성 지배체제와는 달리 공존의 담론이다. 갈등적 담론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진정한 유토피아에서 여성과 남성은 이념적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물적인 차원에서도 평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