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 가볍게 읽기
샌더슨 스미스 지음, 황선욱 옮김 / 한승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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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으면서 신기한 책이다. 일단 수학사를 바탕으로 짧은 에피소트 혹은 역사적 사실들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책을 읽는 독자들(아마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이 수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꺼리들도 제공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가장 적절하게 소개할 수 있는 구절은 아마 새로운 형태의 수학교과서, 아니면 공식과 풀이 너머의 수학교과서 쯤의 이름을 붙여주겠다.

이 책에는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만났던 수학교과서의 숫자와 기호, 공식만이 아닌 삶 속의 수학과 수학자, 그리고 실용적 측면이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원주율에 관한 고대의 자료, 이집트의 피라미드, 마방진, 천문학, 고대 우주론과 수학, 역법, 피보나치 수열, 황금비, 복소수와 로그의 탄생, 미적분학... 매우 압축적이면서도 많은 섹션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정말 수학이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였던 측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참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이다. 게다가 매 섹션마다 제시되어 있는 생각꺼리들도 단순한 것이 아니라 생각을 좀 해야 하는 것들이라서 책의 유용성이나 가치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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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엌 빛깔있는책들 - 민속 195
김광언 / 대원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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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있는 책'이란 이름의 시리즈를 처음 읽게 되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게 목표라는 출판사의 의도는 이 책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전통은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많이 보아서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일상 공간에 있다. 이 책은 특히 부엌의 역사, 민속, 시설, 세간, 구조, 지역적인 차이를 통해서 전통의 공간을 재미나게 보여준다. 고대 벽화에 나타난 부엌부터 시작해서 아궁이, 장독대, 부뚜막, 우물 등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 기억에 입가에 웃음이 돈다.

이십대 중반인 나에게는 이런 기억이나마 있지만,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부엌이라고 하면 전부 싱크대와 식기건조기, 냉장고...뭐 이런 이미지만 있을 것이다. 여하튼, 전통의 공간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저자는 우리의 부엌이 일본으로까지 건너가서 유사한 형태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데 퍽 흥미로웠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통해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옛 공간을 기억해보시기 바란다. 왜 그런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아울러 생각해보시면 더 좋고. 아직도 이 책에서 떡 치는 모습의 사진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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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의 이해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박전열 옮김 / 현암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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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있는 이광모 선생님의 추천글처럼 이 책은 100년의 일본영화사를 친절하고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일본 영화의 특징을 예술의 형태 차원에서, 전통 연극과의 관계에서, 문화적 특징에서 짚어본 후에, 1896년 최초의 감독 마키노 쇼조에서 시작해서 무성 영화의 성숙기, 음성 영화의 시작과 황금기, 전시하의 일본영화, 그리고 1952-1960년의 제2황금기를 거쳐 스튜디오 시스템이 해체하고 인디영화가 전성기를 맞는 최근의 상황까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 일본 영화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해보려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 시대와 상황 속에서 각각의 영화들이 만들어진 맥락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헤겔이 철학은 철학사라고 말했던 것처럼, 영화 역시 어느 정도는 영화사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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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야기 그 거세된 꿈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3
최기숙 지음 / 책세상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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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시대마다 그 시대의 교양인, 혹은 일반인의 사유틀을 생산하는 양식이 있다. 즉, 그것이 바로 시대의 에피스테메나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적어도 나의 생각으로는 어린이에 대한 우리의 규정도 역시 그런 차원에서 접근되는 문제라 본다. 다시 말해, 근대까지만 해도 독자적인 지위가 없었던 어린이가 하나의 보호 대상이나 기타 관념으로 포장되게 된 것은 근대를 넘어서 현대로 진입하는 맥락에서 생긴 구조변동의 산물이다.

즉, 어린이에 대한 담론이나 전래동화, 그리고 여타의 이미지들의 형성을 뜯어보면 지금 시대는 어떤 주체양식을 생산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어린이가 어른이라는 동일자의 배타적 복제양식이라면 더욱이. 여기에 대해서는 근대적 주체의 형성에 대한 이진경 선생님의 글이나, 그와 관련된 국내의 연구(이들은 푸코를 이론적 배경으로 하고 있음), 그리고 김상환 선생님의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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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0
김영진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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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심사는 영화 자체라기 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상이나 사회문화적 맥락이 표현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것은 내가 영화를 직접 전공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으로 영화를 나의 전공(사회학)에 응용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김영진씨의 글은 '씨네21'이나 '필름2.0'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의 오래된 글들에 대한 기억도 있고 요즘 것들에 대한 기억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영화를 기초에 입각해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실력은 안되며, 기초를 배우는 것에 치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 역시 개념이나 영화에 대해서 배우는 입장으로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거짓말'이나 홍상수 영화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는 좀 다른 입장이다. 그러나 그것을 여기서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글은 서평일 뿐이고, 또 해석도 다원적인 기준이나 잣대가 있으니까.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예술영화와 장르영화의 경계에 대한 그의 설명이었다. 즉, '예술영화의 형식은 스타일만으로 장르영화와 경계지으려는 형식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리얼리즘을 향한 욕망에서 동기화된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참 동감한다. 이것이 적어도 내가 보는 한에서 (예술주의 감독의) 영화가 욕망하는 것이고, 그렇게 외화된 영화 속의 욕망이 우리에게 해석되는 방식이다. 리얼리즘 때문에 영화는 자기-초월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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