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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는 야만이다
이득재 지음 / 소나무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저자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서 들뢰즈의 사유가 많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적용은 거의 없었음을 고려해볼 때,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앙띠 오이디푸스'의 논의에 많이 기대고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상황을 해석한 것이다. 사실, 들뢰즈는 소수자와 유목민의 '노마드'를 주장하지만, 그것의 뚜렷한 특징은 실제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런 대안을 내놓게 된 이유인 근대적 주체, 동일자, 오이디푸스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동 저작들을 일단은 읽은 후에 이 글을 읽어보신다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가족주의는 가족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가부장적 체제와 근대적 주체, 그 권위의 재생산에 대한 비판이다. 가족이 형성되는 것은 생물학이나 인류학적인 차원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그렇게 비판할 점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주의의 이미지를 낳고, 혈연과 구속으로 작용할 때에는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헐리우드 영화에서 다수가 가족간의 사랑과 가치를 천편일률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그것은 봉건적 권위의 재생산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가 일단 인정하고 사는 이 가족이라는 틀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흥미롭다. 물론, 들뢰즈와 가타리를 공부하시는 분이나 푸코, 동즐로, 아리에스를 공부하시는 분도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