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과 자본주의의 전망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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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만큼 이제 진부해진 개념도 없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채 희화화되었기 때문에 더 문제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속에서 디지털 혁명의 의미를 잘 포착해내는 논문집이라 할 수 있다. 즉, 책에서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디지털 시대는 포드주의적 축적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 줄 것인가? 디지털 혁명은 자본주의 이후 사회로의 이행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적 모순의 심화인가?

여기에 대해서 필자들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강남훈 교수님은 '배제적 축적체제'와 '금융적 조절양식'을 통해서 미국의 '신경제'를 논의하고, 박재동 교수님은 '연속론-반기술결정론-비관론'의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보불평등을 비교하면서 정보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윤성이 교수님은 디지털 사회가 정부의 투명성, 책임성, 반응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는 등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타 여러 논문과 토론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서적들이 많이 나오지만 짧은 기간 쉽게 비전문인에 의해 쓰여저서 함량미달인 책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이처럼 전문가의 논문을 읽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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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노동자 선언
이언 엥겔 지음, 장은수 옮김 / 롱셀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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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잡기가 힘든 책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혼란스러움이 책 자체에는 별로 도움이 되어 보이진 않는다. 지식 노동자들의 단결은 정보 기술의 도래와 더불어 마치 무언가 전혀 새로운 시대를 이뤄낼 것 같이 쓰고 있지만, 거기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아닐 뿐더러 이 책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공산당 선언'을 조롱하는 것 같은 그의 어투는 새로운 물적 토대에 대한 야유와 더불어 어설픈 동조를 호소한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한 사회가 경제 행위를 배분하는 방식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쳐, 마침내 새로운 사회 규범을 만들어낸다'(6쪽)고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20세기는 결국 무질서와 혼돈으로 귀결되니 새로운 승리자인 지식 노동자가 되자고? 도대체 야만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를 그냥 덤덤하게 펼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과연 그가 주장하는 바는 예찬인가? 조소인가? 개혁인가? 기회주의적 망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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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스모그 -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데이비드 솅크 지음, 정태석 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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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서평자들께서도 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주셨다.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이지만, 이 책은 참 탁월하다. 물론 이 책이 정보화의 역기능을 다루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조금 핀트가 안 맞는 논의가 나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독특하고 새로운 책이기 때문이다. 일견이 있는 독자라면 해당 분야에서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골라낼 수 있는데, 좋은 책이란 기존의 정보나 논의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데이터 스모그'의 13가지 법칙과 5가지 해독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가 깊게 생각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읽으면 배울 것이 많다. 사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을 인류에게 내놓는다. 그런데, 그 기술이란 것은 과학자들이 발명만 할 뿐이지 그것의 역효과까지 완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인터넷, 정보화의 경우도 그것의 역기능들을 미리 예견할 수는 없었다. 이 책의 주제인 데이터 스모그 역시 과학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런 문제는 어쩔 수 없다. 사후적인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심도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주의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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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형 장애 이상심리학 시리즈 11
신현균 지음 / 학지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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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인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데도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신체화라고 한단다. 그것은 꾀병과 다른데, 의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것은 뭔가? 저자는 그 주요 증상으로 과민성대장 증상 및 소화장애(나 역시 이 병이 있는데, 의사의 말로는 아주 많은 사람이 이 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만성피로 증후군, 근육통 등이다. 모두 일반인이 잘 경험하는 병이다. 그런데 이상심리학에서는 이것들이 모두 정신과 마음의 관계가 잘못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신체형 장애의 종류에는 전환장애, 동통장애, 건강염려증, 신체변형 장애 등이 있다. 한국에서만 특유한 것으로 홧병도 여기에 들어간다. 불안과 적응곤란, 갈등, 억압 등이 이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흥미롭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실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적어도 오늘날의 의학과 심리학에서는 그것은 거부된다. 정신과 육체가 이렇게 상관관계를 맺고 있으니 말이다. 연구가 진척되면 이것을 바탕으로 심신의 위상관계가 다시 정립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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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 기술
홍성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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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대 종신교수로 더 유명한 홍성욱 교수님의 책이다. 큰 구성틀은 '스트롱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과학사회학에 대한 논의, 급진적 과학운동, 포스트모던 과학 논쟁, 서양 기술사학의 연구 동향, 여성과 기술, 인간 복제의 문제 등이다. 전반부에는 과학사회학이라는 영역에 대한 개괄이고, 후반부에는 그것을 배경으로 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많은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사회구성주의는 과학기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낳았으므로 흥미롭게 읽힌다. 국내에도 과학기술학이 들어온지 10년은 훌쩍 넘긴 것으로 아는데, 그 부분에 대한 여러 문제들은 자못 중요한 것들이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기정사실인 이상, 인류가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합의, 구성해서 인류에게 필요한 과학기술만을 개발하도록 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기술에 의한 불평등이 야기되는 시대이다. 예를 들어 정보불평등이란 개념이 그 예이다. 따라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미래사회의 실질적인 진보와 평등, 그리고 인간화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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