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꼬.마르크시즘 역사
마크 포스터 / 인간사랑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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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스터의 책은 국내에 몇 권 번역이 되어 있는데, 대중적이고 현대의 과학기술에 대한 논의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사상이나 이론의 영역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흥미를 던져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책은 좀더 이론적인 수준에서 푸코와 맑시즘의 상응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특히 69-73pp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맑시즘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주목할만 한데, 스스로 총체성에 대한 이론을 전개함으로써 이성 자체의 권력을 긍정하게 되며, 프롤레타리아에게 부여되어야 할 역능을 言說에 투여했다는 점을 문제화하고, 그에 따라 근본적인 계급이나 보편적인 고통의 차원이 가능한 것인가? 마르크스 역시 프롤레타리아에게 그들의 혁명적 과업을 부여하는 것은 이론가-철학가의 몫이라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로고스중심주의 아닌가? 등의 물음들을 독자에게 던지도록 유도한다. 결국 코뮤니즘에로의 이행에 있어서 '이성'의 위상은 무엇인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이론의 자기검증 문제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나, 러셀 역설의 수준에서 제기되는 이론 자체의 타당성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단 맑스만이 비판받는 문제는 아님을 안다. 그러나 관심과 희망이 큰만큼 좌절도 크기 때문일까? 포스터는 맑시즘에 있어서 변증법의 정점과 한계(76ff)를 드러내고, 변증법의 대안으로써 니체의 계보학을 언급(78p)하는 등 맑시즘의 문제제기를 지식과 권력의 역사로서 푸코의 차원에서 방대하게 확장한다.

다시말해, 생산양식을 이제는 정보양식의 문제로 확장시켜야하는 것처럼, 경제관계에만 고착되어 있던 사회 내 계급들의 갈등문제를 性, 이성, 정상/비정상의 문제에로까지 확대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맑스-푸코를 넘어서는 현대의 문제들을 재규명하려는 것이다. 물론, 포스터 본인도 푸코의 언설 자체에 걸린 러셀 역설적인 문제들을 피할 수 없기에, 한 정당한 이론의 정당성 주장 및 그 이론의 제기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하지만(165ff) 여기에 대한 해결은 본 저작의 역량을 넘어서는 막대한 작업이다. 다만, 맑시즘의 확장으로서 푸코의 논의가 이러이러하다는 정도에서 본고의 미덕은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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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식 사고
바트 코스코 / 김영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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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동양적 과학사고의 첨단점으로서 퍼지이론은 우리에게 각광을 받았다. 특히, 퍼지이론을 적용한 가전제품들-예를 들어, 퍼지 세탁기-은 큰 인기를 누렸다. 본고는 퍼지이론에 대한 연구에서 초창기 멤버라 할 수 있는 바트 코스코의 퍼지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쓴 책이다.

퍼지이론은 전제와 가정, 경계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바꾸는 것인데(33p), 가장 퍼지적인 것은 대상간에 상동적homological하다는 점에서(35p), 필자의 흥미를 끌었다. 또한 부분이 전체의 한 특이점으로써 드러난다는 지적(81-109pp)은 퍼지이론을 동양적인 사고와 선불교로 접목시킨 대표적인 요소이다. 예를 들어, 이어령 교수가 쓴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하이쿠가 드러내는 세계 전체에 대한 가장 조밀한 反映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동양인 특유의 사고양태가 퍼지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러셀 역설에 대해 러셀 자신이 해법으로 제시한 계층이론(158p)과 선형화(168p) 및 중첩(169p) 등을 통해서, 그리고 전문적으로는 fit(52p 및 63p), fuzzy patch(246ff), 퍼지연산기억장치(FAM) 등의 용어는 흥미롭다. 아울러 퍼지식 세금보고서(404p), 퍼지식 사회계약(408p)는 일면 비약적인 부분도 보이지만, 혁신적이다. 어쨌든 '비어있음은 물과 같다. 존재함은 그것의 물결과 같다'(411p)는 격언을 따르는 퍼이지론은 현대사유의 첨단으로서 재귀지시적인 이론구조들과 맞물려 좋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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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학의 탄생
미셸 푸꼬 지음 / 인간사랑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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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고(165p 및 265p), 의학의 언표장 아넹서 징후와 증상이 동일시되는 과정들(172p)은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이나, <감시와 처벌>, <담론의 질서> 등과 같은 저작들을 충분히 숙지해야 이해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난해한 감도 없지 않으나, 의학적 장이 형성되는 조작원리(179p)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임상의학 논의의 중심인 '가시성과 발화'(204p)나, 자리와 질병(238p)의 문제가 흥미로웠는데, 생명-죽음-질병의 삼위체(264p)가 짜여지는 스크럼이 하나의 자리(lieu)를 통해 관계하는 점은 후기구조주의에서 위상수학적 관계가 활용되는 관계와 같기 때문이다. 결국, '시체'에서 임상의학의 담화구성 노력은 드러나며(318p), 그 의학적 시선에 대한 고고학적인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은 의학적 담화(18p)와 그 담화분석을 토대로 한다.

프랑스의 사유가 그렇듯이 푸코는 그가 본고에서 실증적인 분과학문으로서 택한 대상인 임상의학을, 18C와 19C로 구분해서(48p) 왕립의학회 구성(69p) 및 '정상성'에 대한 규정(77p), 그리고 병원의 역할과 설립을 둘러싼 정치적인 협상들(92p)을 통해 임상의학의 탄생과정의 이데올로기와 그 담론형성의 과정(103p)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의학 전공자들 수준의 실증적인 서술은 '임상의학의 형성 및 그 담론형성사'라고 이름붙여도 좋을만큼 프랑스 임상의학의 세부적인 구성과정을 보여주면서 틈틈이 푸코의 논의를 드러내는 시선의 섬뜩함이 돋보인다.

증상과 징후를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관계와 중첩 분석, 즉 담화형성의 규칙성을 본고를 통해 푸코는 치밀하게 드러냈다. 더군다나 사회경제사적 권력의지의 일환으로 질병의 정치학을 논의하는 지점(344p)은 그의 대가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18C 병원에서부터 열병과 염증으로 대변되는 브루세의 의학혁명까지, 푸코는 질병의 공간이 인간 신체의 공간과 일치되는 또 한 차원의 언설들을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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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자본주의 / 자본주의 문명 창비신서 119
이매뉴엘 월러스틴 지음 / 창비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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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이 작은 소책자는 '근대세계체제' 및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세계경제의 정치학' 등 일련의 작업의 이론적 뼈대가 되는 중요한 저작이다. 그의 관점은 자본주의를 역사적 실체로써 규정함으로서 특이하게 형성되는데, 이 과정 안에서 자본이 스스로를 증식하여 만물을 상품화하고, 그에 따라 부르주아 간의 이익 축적을 통한 투쟁의 과정이 생겨나며, 이후엔 진리가 권력의 시녀로서 기득권을 쥐고있는 당대의 담론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구체적 과정으로서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26p)이 어떻게 분리되고, 그 과정에서 노동의 상품화가 진행되는가를 살폈고, 그것이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논리에까지 확대되는 인과적 흐름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렇게 됨으로서 역사적 자본주의는 세계체제 내의 여러 지역에서 엄청난 임금수준의 차이들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상품화 및 자본화의 편재적 논리는 자본가들 내에서도 조장된 경쟁을 만연시켰는데, 그 승리자는 오직 자본 자체였을뿐, 시장경제를 실재적으로 담당했던 모든 사람들은 피해자였다.
이 이상한 자본 자체와 근대적 지식의 담론체계가 가지는 결연관계는 결국 물질문명 내에, 비반성적인 토대를 넘어 반성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무반성적인 이윤투쟁으로 나아갔다. 결국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구조상 자본 자체의 증식에만 눈이 멀 뿐, 역사적인 항로설정에는 속수무책인 과정에로까지 전락한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자본주의가 '부르조아 내부의 투쟁'(67p)이 되고마는 자본의 보편적 내성화의 과정에서, 맑스의 구호마저 전도되고마는 참담함을 느꼈다.

지식인의 진리와 신념체계도 상품화되는 그 역사적 자본주의의 체계는 어떤 실질적 권력자도 없이, 자본 자체의 자기증식만을 산출한다는 점에서 자르지 않고는 풀 수 없는 실타래와 같았다. 그러나 무엇을 자른단 말인가? 우리에겐 길로틴에 처형시켜야 할 어떤 이데올로기나 체제의 권력자가 없다. 그래서 월러스틴의 '역사적인 사회주의'(116p)는 내게 너무 막연한 대항구조로 여겨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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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바그너의 경우.니체 대 바그너 니체전집 1
프리드리히 니체 / 청하 / 198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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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비극의 탄생>은 그의 처녀작이기에 모호한 비유와 과장이 혼재해있다. 그러나 이 저술은 비극에 관해 쓰여졌던 연구들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제외하고 으뜸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비록 그의 사유 개념들이 후기의 저작만큼 완성되어 있지는 않으나, 사고의 전회를 가능케해준 아폴로에 대한 디오니소스 발견과 그것들의 융합으로서의 비극에 대한 고찰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글의 전반부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술의 발전은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과 관련이 있다. 이는 마치 생식생식이라는 것이 부단한 싸움 속에서도 단지 주기적으로 화합하는 남녀 양성양성에 의존되어 있는 것과 같다. … 두 개의 몹시 상이한 충동은 대체로 공공연히 대립된 채 서로서로 보다 힘찬 재탄생을 유발시키며 공존해 간다. 그렇게 '예술'이라는 공통의 단어만이 외견상으로 연결시켜주고 있는 그 대립적 충동의 투쟁은 지속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리스적 '의지의지'의 어떤 형이상학적인 기적을 통하여 그들은 결혼하여 나타나고 이 결혼 속에서 디오니소스적이기도 하고 아폴로적이기도 한 아티카 비극이 형성되는 것이다'(37p.). 게다가 이 저술은 비극의 탄생의 기원을 물음으로서 그리스 문화의 과학과 예술, 더 나아가 현상 전반을 보여주었고, 동시대의 예술에 대한 비판에까지 연계시켰다.

이 저술의 중심개념인 '비극'은 아폴로적인 것-상대, 차이-에 대한 디오니소스적인 것-절대, 일치-의 드러냄에 있어서, 그 방법이자 그둘의 경계이다. '우리가 '개별화의 원리'가 이런 식으로 깨졌을 때 인간의 가장 깊은 근저로부터, 즉 바로 자연으로부터 솟구쳐 나오는 즐거움에 넘친 황홀감을 이 공포에 덧붙여 본다면, 우리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40p.) 비극과 축을 이루는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초기의 니체가 큰 영향을 받았던,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의지로서의 세계를 대립시킨 쇼펜하우어를 연상하게 하지만 사실상 <비극의 탄생>이 쓰여짐으로서 니체는 쇼펜하우어와 궤적을 달리하게 된다. 니체는 쇼펜하우어가 진솔하게 생생의 공포를 직시직시한 것에 감탄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의지에 대한 불교적 부정'을 대치하는 것으로 그리스 비극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비극이란 고통과 삶의 모순, 삶 그 자체에 있어서 유한과 무한의 모순, 관념에 있어서 특별한 운명과 보편적 정신의 모순, 모순과 그것의 해결 운동이 드러나는 방법이다. '비극으로부터 니체는 모든 고통과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삶을 장려하고 아름답고 즐거운 것으로 단언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편집자해설 21p.).

'비극'은 후기에 니체의 '긍정' 개념이 되는데,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경계로서 그것을 니체는 점차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에 대한 공격에서 기독교, 현대 변증법에의 부정으로 발전시켜 그들의 개념을 '긍정'으로 대치시킨다. '본문 자체 속에서도 세계의 존재가 단지 미적 현상으로서만 '긍정된다'는 암시적 문구가 여러번 등장한다. 실제로 이 책 전체는 모든 현상의 배후에 있는 예술적 의미와 제 이차적 의미에 대해서만 관계하고 있다'(29p.). 거기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는 비극 속에서 통일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소크라테스의 낙천주의적 믿음, 즉 지식과 미덕과 행복은 이 통일을 이즈러뜨린다. 그래서 <비극의 탄생> 속에 있는 모순은 원초적 통일과 개별화 사이, 의지하는 힘과 등기등기 사이, 생생과 괴로움 사이에 있다. 삶은 정당화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괴로움과 모순으로부터 구제될 필요가 있다. 이 생생에 대한 '긍정'은 기독교적 변증법의 반대편, 즉 음지 속에서 발견된다. 기독교의 교리와 주인-노예라는 헤겔식의 변증법적 양상은 권력이 권력의지로서 고려되지 않은 권력의 재현, 권위의 재현, 현상이 내재하는 존재-지평 그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타자'의 우월성에 대한 인정은, 등기등기되고 언표언표된 것들만을 묶어내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존재는 과연 무엇을 얼마나 포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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