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극의 탄생.바그너의 경우.니체 대 바그너 ㅣ 니체전집 1
프리드리히 니체 / 청하 / 198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니체의 <비극의 탄생>은 그의 처녀작이기에 모호한 비유와 과장이 혼재해있다. 그러나 이 저술은 비극에 관해 쓰여졌던 연구들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제외하고 으뜸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비록 그의 사유 개념들이 후기의 저작만큼 완성되어 있지는 않으나, 사고의 전회를 가능케해준 아폴로에 대한 디오니소스 발견과 그것들의 융합으로서의 비극에 대한 고찰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글의 전반부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술의 발전은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과 관련이 있다. 이는 마치 생식생식이라는 것이 부단한 싸움 속에서도 단지 주기적으로 화합하는 남녀 양성양성에 의존되어 있는 것과 같다. … 두 개의 몹시 상이한 충동은 대체로 공공연히 대립된 채 서로서로 보다 힘찬 재탄생을 유발시키며 공존해 간다. 그렇게 '예술'이라는 공통의 단어만이 외견상으로 연결시켜주고 있는 그 대립적 충동의 투쟁은 지속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리스적 '의지의지'의 어떤 형이상학적인 기적을 통하여 그들은 결혼하여 나타나고 이 결혼 속에서 디오니소스적이기도 하고 아폴로적이기도 한 아티카 비극이 형성되는 것이다'(37p.). 게다가 이 저술은 비극의 탄생의 기원을 물음으로서 그리스 문화의 과학과 예술, 더 나아가 현상 전반을 보여주었고, 동시대의 예술에 대한 비판에까지 연계시켰다.
이 저술의 중심개념인 '비극'은 아폴로적인 것-상대, 차이-에 대한 디오니소스적인 것-절대, 일치-의 드러냄에 있어서, 그 방법이자 그둘의 경계이다. '우리가 '개별화의 원리'가 이런 식으로 깨졌을 때 인간의 가장 깊은 근저로부터, 즉 바로 자연으로부터 솟구쳐 나오는 즐거움에 넘친 황홀감을 이 공포에 덧붙여 본다면, 우리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40p.) 비극과 축을 이루는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초기의 니체가 큰 영향을 받았던,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의지로서의 세계를 대립시킨 쇼펜하우어를 연상하게 하지만 사실상 <비극의 탄생>이 쓰여짐으로서 니체는 쇼펜하우어와 궤적을 달리하게 된다. 니체는 쇼펜하우어가 진솔하게 생생의 공포를 직시직시한 것에 감탄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의지에 대한 불교적 부정'을 대치하는 것으로 그리스 비극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비극이란 고통과 삶의 모순, 삶 그 자체에 있어서 유한과 무한의 모순, 관념에 있어서 특별한 운명과 보편적 정신의 모순, 모순과 그것의 해결 운동이 드러나는 방법이다. '비극으로부터 니체는 모든 고통과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삶을 장려하고 아름답고 즐거운 것으로 단언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편집자해설 21p.).
'비극'은 후기에 니체의 '긍정' 개념이 되는데,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경계로서 그것을 니체는 점차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에 대한 공격에서 기독교, 현대 변증법에의 부정으로 발전시켜 그들의 개념을 '긍정'으로 대치시킨다. '본문 자체 속에서도 세계의 존재가 단지 미적 현상으로서만 '긍정된다'는 암시적 문구가 여러번 등장한다. 실제로 이 책 전체는 모든 현상의 배후에 있는 예술적 의미와 제 이차적 의미에 대해서만 관계하고 있다'(29p.). 거기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는 비극 속에서 통일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소크라테스의 낙천주의적 믿음, 즉 지식과 미덕과 행복은 이 통일을 이즈러뜨린다. 그래서 <비극의 탄생> 속에 있는 모순은 원초적 통일과 개별화 사이, 의지하는 힘과 등기등기 사이, 생생과 괴로움 사이에 있다. 삶은 정당화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괴로움과 모순으로부터 구제될 필요가 있다. 이 생생에 대한 '긍정'은 기독교적 변증법의 반대편, 즉 음지 속에서 발견된다. 기독교의 교리와 주인-노예라는 헤겔식의 변증법적 양상은 권력이 권력의지로서 고려되지 않은 권력의 재현, 권위의 재현, 현상이 내재하는 존재-지평 그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타자'의 우월성에 대한 인정은, 등기등기되고 언표언표된 것들만을 묶어내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존재는 과연 무엇을 얼마나 포함할까?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