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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이청준 소설가는 우리 문단에 가장 유명한 몇몇 소설가들 가운데 하나이다. 예컨데, 프로야구로 치자면 마치 다승왕에 방어율왕을 몇번이나 하였던 투수나, 홈런왕이나 수위타자를 몇번이나 차지한 고액연봉의 스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시다시피, 그는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고, '서편제', '이어도',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춤추는 司祭' 등의 빼어난 작품들을 써왔다. 이것은 내가 고등학교 때 문예반을 하면서 읽었던 것들이라 나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다.
이 가운데에서 나는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분량이 꽤 많은 장편소설이었지만, 대략 100페이지 가량만 읽으면 손을 뗄 수 없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인데, 나는 그것을 고등학교 1학년때 경험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이 책을 내 서제에 있는 소설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아마 내가 아이를 낳으면 자식들에게도 꼭 읽혀보게 할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한국에서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떤 상상도 할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후엔 약간의 애국심과 민족주의적 성향과 또 약간의 정서적 애착을 갖게 된다고...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흔히들 교양서적으로 학창시절 읽었던, <죄와 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두 도시 이야기>, <레미제라블> 등의 서양소설과는 다른 애정으로 다가온다.
수업시간에 스쳐지나가듯 들었던 소록도에 관한 이야기. 그 속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많이 성숙할 수 있었고,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삶이 내 삶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들보다 더 먼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하늘의 우연인지, 얄굿은 장난인지, 나는 사회복지 쪽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얼마전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 큰 불편은 아니지만, 난 그래서 <당신들의 천국> 책장을 펼때마다 옜날 기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전혀 지루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이 책은 밤을 새서 읽게 하는 힘이 있다. 하나더. 이청준 씨가 이 책을 쓸 당시 정치적인 상황도 십분 고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