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21세기 - 1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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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용옥 선생이 강의하는 TV 프로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강연주제를 이제 노자에서 공자로 옮겨와 강의를 하는데, 나는 사실 자주 보진 못했다. 그러나, 노자 때는 TV 볼 기회가 많아 자주 볼 수 있었고, 그의 강의에 많은 것을 배운 것이 사실이다.

나는 서양철학을 전공하며, 전공분야에 논문도 썼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용옥 선생의 강의는 인기가 많지만, 철학과 교수들은 김용옥 선생의 학문적 깊이에 대해 별로 대단해 하지 않는다는 둥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들이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김용옥 선생의 강연을 듣고 난 후, 그의 책을 여러권 읽어봤고, 이 <노자와 21세기>도 읽었다. 동양철학 전공자가 아니라 딱히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지나치게 서문이 길고 연구의 결실로 이루어진 글이라고 하기엔 체계가 없었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실망감이 있었다. 활자 크기가 지나치게 큰 것도 못마땅하고... 한권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은 김용옥 선생이 말을 하고 활동적인 강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김용옥 선생 자신이 상당히 유명인사인 만큼, 읽어봄직도 한 책이다. 교양의 수준에서는 읽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강의가 더 재미있게 보인다. 아무래도 이 책은 강의록을 토대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간다면, 김용옥 선생 자신은 스스로의 강연능력과 입담, 그리고 해박함으로 인해 강연에 인기가 많다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물론, 그의 책이 항상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철학 전반에 관심층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정우 선생의 '철학 아카데미'에 수강자가 많은 것도 그와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정우 선생은 김용옥 선생과 정반대의 강연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철학 전반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진다는 점에 환영을 하며, 이 책을 비롯해 지금 방송되는 논어 강의도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한다. 동아시아에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전공자 이외엔 동양의 고전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강의와 대중적인 책의 출판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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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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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소설가는 우리 문단에 가장 유명한 몇몇 소설가들 가운데 하나이다. 예컨데, 프로야구로 치자면 마치 다승왕에 방어율왕을 몇번이나 하였던 투수나, 홈런왕이나 수위타자를 몇번이나 차지한 고액연봉의 스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시다시피, 그는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고, '서편제', '이어도',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춤추는 司祭' 등의 빼어난 작품들을 써왔다. 이것은 내가 고등학교 때 문예반을 하면서 읽었던 것들이라 나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다.

이 가운데에서 나는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분량이 꽤 많은 장편소설이었지만, 대략 100페이지 가량만 읽으면 손을 뗄 수 없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인데, 나는 그것을 고등학교 1학년때 경험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이 책을 내 서제에 있는 소설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아마 내가 아이를 낳으면 자식들에게도 꼭 읽혀보게 할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한국에서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떤 상상도 할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후엔 약간의 애국심과 민족주의적 성향과 또 약간의 정서적 애착을 갖게 된다고...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흔히들 교양서적으로 학창시절 읽었던, <죄와 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두 도시 이야기>, <레미제라블> 등의 서양소설과는 다른 애정으로 다가온다.

수업시간에 스쳐지나가듯 들었던 소록도에 관한 이야기. 그 속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많이 성숙할 수 있었고,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삶이 내 삶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들보다 더 먼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하늘의 우연인지, 얄굿은 장난인지, 나는 사회복지 쪽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얼마전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 큰 불편은 아니지만, 난 그래서 <당신들의 천국> 책장을 펼때마다 옜날 기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전혀 지루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이 책은 밤을 새서 읽게 하는 힘이 있다. 하나더. 이청준 씨가 이 책을 쓸 당시 정치적인 상황도 십분 고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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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철학 - 이데아총서 63 들뢰즈의 창 6
질 들뢰즈 지음, 박기순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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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의 <스피노자: 실천철학(Spinoza: philosophie pratique)>을 번역한 것이 이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이 책은 「들뢰즈가 스피노자에 있어서 표현의 문제」를 그의 박사학위 부논문으로 제출한 이후 더 정교화하고 세련하게 다듬은 스피노자의 용어를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잘 읽어보면 들뢰즈의 사상 저변에 흐르는 니체와 스피노자의 사유를 읽어낼 수 있다.

예컨데, 그의 욕망(desir) 개념은 스피노자의 力能(potentia)과 자기원인(Causa Sui) 개념을 잘 다듬고 풍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표현의 문제와 potentia의 문제로 잘 개념화함으로써 마샬 게루, 삐에르 마슈레이, 안토니오 네그리, 알렉산드르 마트롱 등의 스피노자 독해와 더불어 중요한 주해서로 읽힌다. 예컨데 들뢰즈는 '표현'의 개념이 스피노자에 있어서 주체의 존재가 그 존재의 표현과 더불어서 항상 나타나고 사고된다는 점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내재성'과, 스피노자 「에티가」I, II부에서 나타나는 형이상학적 체계 가운데 '단성성'과 '단수성' 또한 중요한 특징으로 부각시킨다. 즉,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 등 동시대의 대륙 합리론자들과 달리 그는 존재에 있어서 하나의 정합성을 논증하는 위계를 도출해내려 하였고, 그 밑바탕을 '내재성' 개념에서 찾았다. 데카르트가 주체의 문제 및 근대적 과학과 지식의 개념을 문제설정 하였지만, 그는 결국 중세의 초월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흔히 그의 이론은 이원론으로 평가된다.

그에 반해 스피노자는 연역적 체계 뿐만이 아니라, 내재성에 근거한 형이상학의 체계를 구성하였기 때문에 근대의 문제설정을 넘어섰다고 평가된다. 스피노자는 탈근대의 철학자이고 오늘날에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그 현재성을 확인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스피노자 주해서를 읽는다는 것은 의미있다. 더욱이 그것이 현대 철학자 중 철학자로 꼽히는 들뢰즈의 것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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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철학사상 - 갈무리신서 13
마이클 하트 지음, 이성민 옮김 / 갈무리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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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세미나에서 영어로 읽었었다. 문장이 참 쉬워서 그 당시 나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뿐더러, 내용 또한 들뢰즈의 철학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압축해 놓았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저자인 마이클 하트는 안토니오 네그리와 주요한 共著를 냈을만큼 사상적으로 가깝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물론 펠릭스 가타리와 共著를 내었었고, 알다시피 가타리는 들뢰즈 사상의 뒷면이라 할 수 있을만큼 서로 긴밀한 작업을 펼쳤다. 그러니까 그들은 서로 하나의 궤환을 그리며 사상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연대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대 내부의 동지들은 들뢰즈의 이론적 기반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를 이 책을 통해 덤으로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만약 들뢰즈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라면 이 책은 필독서이다. 그렇다고 마이클 하트가 자신의 주관을 들뢰즈의 철학사상을 평가하는데 어지럽게 투여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항목을 분리해서 자신의 관심사 부분에는 자신의 목소리로 글을 쓰겠다고 구분지어 놓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들뢰즈의 사상을 그 연대 내부의 급진적 사상가들이 어떻게 분유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이 책은 들뢰즈의 사상의 발전 계보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니까, 들뢰즈가 초기에 행했던 베르그송-니체-스피노자의 독해를 그의 사상이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구성되어 나가는 과정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여야만 들뢰즈 후기의 <앙띠 오이디푸스>나 <천개의 고원>과 같은 저작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렇게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스피노자에 관한 논문을 썼을 때, 이 책을 자주 참고하였는데 회고해보면 한 세네번쯤은 읽은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잘 되어있는 책이다. 절판된 프랑스책들이 많이 하트가 참고한 문헌들을 모두 다 검토해보진 못했지만, 그는 대체로 이 책을 쓰는데 필수적인 글들을 각주로 참고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신뢰가 간다. 이 책을 토대로 들뢰즈 사상을 입문한다면 전공자에겐 더없이 좋은 벗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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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철학사 1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 지음 / 리브로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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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초의 그리스철학사를 읽는다는 것은, 철학 전공자인 나에겐 한편으론 재미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난감한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추천한 시오노 나나미나 역자는 철학을 교양으로 습득하면서 또한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책이라는 점에서 크레센초의 책을 칭찬한다. 나 역시 여기에 어느 정도는 동감한다.

그러나, 쉽게 쓰여졌다고 해서, 깊이까지 얕아지면 곤란하다. 더욱이, 크레센초처럼 가상의 철학자들을 곳곳이 삽입하는 등, 그의 주관이 많이 투여된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몇가지 미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책이라 판단된다.

특히, 저자는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하여 고등학교 때 철학을 공부하면서 요약을 많이 하였는데, 예컨데 '탈레스=물'과 같은 암기를 넘어서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즉, 탈레스에 대한 주변 이야기나 그때의 정세를 곁들임으로써 그의 사상을 맥락적으로 알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의도에는 십분 찬성한다. 그러나, 전공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저자 자신이 희랍철학사를 너무 어지럽게 적어놓은 것 같다.

글을 너무 쉽게 썼다는 것이 오히려 독자가 알아듣기 쉽게 썼다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쓰기 쉽게 서술했다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니 더욱 그러하다. 그 결과, 책을 아무리 읽어도 '탈레스=물' 이상의 무엇을 얻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나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코플스톤의 철학사를 읽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 그것은 고전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하고 있지만, 크레센초의 철학은 너무나 흥미와 가십거리 위주이다.

이렇게 하여서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으로서의 학문의 깊이를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입문자가 입문을 하기 위해 잠시 참고할 책 이상이 아니다. 그가 정말로 철학을 공부하고 그 학문에 매료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책을 같이 읽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인문학이 위기인데, 이렇게 학문 자체가 희화화되고 속화된다면 이 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 판단되어 작은 제언을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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