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철학 - 이데아총서 63 들뢰즈의 창 6
질 들뢰즈 지음, 박기순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질 들뢰즈의 <스피노자: 실천철학(Spinoza: philosophie pratique)>을 번역한 것이 이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이 책은 「들뢰즈가 스피노자에 있어서 표현의 문제」를 그의 박사학위 부논문으로 제출한 이후 더 정교화하고 세련하게 다듬은 스피노자의 용어를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잘 읽어보면 들뢰즈의 사상 저변에 흐르는 니체와 스피노자의 사유를 읽어낼 수 있다.

예컨데, 그의 욕망(desir) 개념은 스피노자의 力能(potentia)과 자기원인(Causa Sui) 개념을 잘 다듬고 풍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표현의 문제와 potentia의 문제로 잘 개념화함으로써 마샬 게루, 삐에르 마슈레이, 안토니오 네그리, 알렉산드르 마트롱 등의 스피노자 독해와 더불어 중요한 주해서로 읽힌다. 예컨데 들뢰즈는 '표현'의 개념이 스피노자에 있어서 주체의 존재가 그 존재의 표현과 더불어서 항상 나타나고 사고된다는 점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내재성'과, 스피노자 「에티가」I, II부에서 나타나는 형이상학적 체계 가운데 '단성성'과 '단수성' 또한 중요한 특징으로 부각시킨다. 즉,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 등 동시대의 대륙 합리론자들과 달리 그는 존재에 있어서 하나의 정합성을 논증하는 위계를 도출해내려 하였고, 그 밑바탕을 '내재성' 개념에서 찾았다. 데카르트가 주체의 문제 및 근대적 과학과 지식의 개념을 문제설정 하였지만, 그는 결국 중세의 초월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흔히 그의 이론은 이원론으로 평가된다.

그에 반해 스피노자는 연역적 체계 뿐만이 아니라, 내재성에 근거한 형이상학의 체계를 구성하였기 때문에 근대의 문제설정을 넘어섰다고 평가된다. 스피노자는 탈근대의 철학자이고 오늘날에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그 현재성을 확인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스피노자 주해서를 읽는다는 것은 의미있다. 더욱이 그것이 현대 철학자 중 철학자로 꼽히는 들뢰즈의 것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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