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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1 - 정권 교체가 세상을 바꾼다
강준만 외 엮음 / 개마고원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인물과 사상 1권이 처음 나왔을 때, 세간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실명비판이 과연 정당한 것이냐, 혹은 문제의 소지가 많은 것이냐는 반응이다. 흔히들 TV 뉴스에서는 일반시민이 어떤 죄를 저질렀을 때, 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김모씨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람이 공인일 때, 그리고 그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야 할 때, 실명비판을 하는 것이 잘못일까?
강준만 교수는 명백히 아니라고 말한다. 즉, 실명비판을 통해 언론을 순화하고, 공론영역을 확대할 때에만 이 사회에 진정한 합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령, 우리나라에는 정경유탁과 온갖 비리가 난무한다. IMF도 사실은 그런 구조가 극에까지 달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기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실명비판을 통해 극복을 감행한다. 그리고 지금 열 몇권이나 나온 인물과 사상 의 성과를 비추어볼 때, 그것은 유효했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판단했다. 공인으로서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공적인 부분에서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 그들의 권리보호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많이 은폐된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잘못이 있으면 마땅히 처벌하고 그 죄를 물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 씨리즈는 이 사회에 마치 판관 포청천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책 1권에서 그는 당시 정권교체의 문제를 물었다. 그것은 김대중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이땅의 지역감정과 서울/지방의 극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첫단추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인간개조론 을 통해 삼성이라는 굴지의 대기업이 가진 문제점을 진단한다. 예컨데, 무노조 경영 의 폐혜도 이런 문제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가 비판만하는 것은 아니다. 이효재씨와 같은 분들을 칭찬하기도 한다. 그가 원한 것은 일방적인 비판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공적부분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가 권력을 가졌고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서 아부만 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사회는 부패로 가득할 것이다. 비록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지라도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충신들이 가득할 때, 나라는 바로 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착되면 높은 사람에게 비판을 한다 하여도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사회가 마련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준만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한다.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인물과 사상 1권에는 유명한 서울대 망국론 이나 정태춘씨와 다니엘 부어스틴에 대한 소개도 나와 있다. 이래저래 교양을 쌓고 실천적인 힘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