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95년 홍세화 선생님의 책이 출판되었을 때, 그런 내용을 담고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는 진솔한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자칫 교조적으로 몰릴 수 있는 90년대 이후의 운동권은 아니지만,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남민전의 전사로서 홍세화 선생님의 삶을 일반 사람들의 삶의 시선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대학교를 다녔었고, 그때만해도 전경들이 교내로 몇번 들어오곤 했었다. 지금은 운동권 학생이라고 할만한 집단이 거의 없어져버렸기 때문에 전경들도 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실천 이 사라져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홍세화 선생님의 책은 운동권 안에서만 사고할 수 있었던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그 안/밖을 두루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나는 부분은 홍세화 선생님의 할아버지가 이야기하신 개똥 세 개 이다. 나 역시 지금 많은 개똥을 먹고 있다.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행동해야 할 때에 행동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항상 고민만은 끊임없이 하고 있고 언젠가는 바꿀 것이라고 다짐하는 나에게, 홍세화 선생님의 글을 좋은 매질을 가한다.

우리 사회에는 왜 똘레랑스가 없는가? 우리 사회에는 공동체주의는 커녕 왜 자유주의도 없는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나 그들의 가족만이 잘되면 된다는 편협한 가족주의에 빠져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 라는 책으로 이미 우리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홍세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슬펐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그가 어렵게 프랑스에 정착했기 때문이 아니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꼬레아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만도 아니다. 시간은 흘러도 우리사회는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애써 만들어진 발판도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얼마전 홍세화 선생님이 조국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었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었다. 이제 우리사회에도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 다들 의식개혁은 가장 이상적이면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는 의미없는 대안 이라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홍세화 선생님의 책이 그런 토대가 될 것이다. 투철한 혁명가는 아니었지만, 그는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존경한다. 그의 글들을 좀더 많은 지면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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