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 별밤지기의 별 이야기
이태형 지음 / 김영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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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순간의 충동으로 구입했지만 몇 장 읽지 않고 책장에 꼽아두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니다! 부모님 몰래(?) 밤마다 들고 다니며, 책장이 닳도록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천문학이 무엇인지 어렵게 다가갈 필요가 없다. 다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도서관을 내려오다가, 혹은 친구와 술을 진탕 마시고 밤 늦게 거리로 나왔을 때, 밤하늘에 별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 그 별자리를 찾아보면 되는 것이다. (저자 자신도 술을 마시고 나왔더니 밤 하늘에 별이 너무나 밝고 많아서 그렇게 밤을 샌 적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 외국에 몇 년 나갔다 왔던 나의 친구가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수많은 별들을 중국에서는 '滿天星'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중국인다운 작명이기도 하고,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 책은 아마추어 천문회의 회장과 그 서클의 사람들이 쓴 것이지만, 전문적인 기기가 필요한 별자리들이 상당 수 있다. 또한 도심 한가운데에서는 육안으로 별 보기 조차도 어려운 사태가 되었음 또한 아쉽다. 그러나 우선은 쉬운 별부터 찾아보자. 조금만 날씨가 좋다면 의외로 많은 별들을 찾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별을 찾으면서 이젠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하고, 지나가버린 사랑을 생각하기도 하고, 어릴적 떠나온 고향과 童心을 회상해보는 것은 이 책이 진정으로 바라는 의도가 아닐까?

그리고 혹시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우연일 것이다. 밤 하늘 어딘지 모를 대지 어느 곳에서 같은 별을 보고 있다는 이 사실! 그 아름다운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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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개척자들
로버트 웨버 지음, 주관식 외 옮김 / 전파과학사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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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자못 망설여진다. 그러나, 나는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을 더 추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고, 실험과 발명을 좋아했다. 그러나 문학을 좋아하고 역사를 좋아면서 대학의 전공을 그 방면으로 택하였다. 그런데, 내가 새내기였을 때, '과학사'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때 교수님은 워낙 열정적인 분이어서 많은 책을 읽게 하였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이 책 <과학의 개척자들>이었다. 나는 우연히 손에 집어 들었지만, 놀라운 흡입력으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아마 어릴적의 과학에 대한 열망이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이 책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을 약 2장의 분량으로 짧게 요약하여 대략 200명 정도의 유명한 과학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그들의 생애와 연구분야, 그리고 수상 당시 업적 등을 재미있지만, 또한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참 문장이 깔끔하다. 그리고, 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이 책을 읽어봄으로서 자신의 적성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대단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줬다. 저자는 상당한 배려로 후학들이 자신의 세부전공을 잘 선택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많은 학자들의 연구 분야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니 이과 학생들이야 오죽하랴?

또한 저자는 책을 구성함에 있어서 과학자들의 생애를 적절히 기술해 줌으로써 발명과 실험으로 단계적인 비약을 이룩했던 과학사의 특성을 잘 이해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부수적인 효과로 위인전기 식의 분위기도 풍겨나왔다. 아마 한권의 위인전기가 주는 감동이 또다른 한명의 위인을 만든다는 것을 저자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대학 새내기 뿐만이 아니라 그 분야 공부를 어느 정도 한 학생들도 이 책을 통해 과학 전반의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뿐더러, 꼼꼼하게 제시되어 있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대표적인 저술 목록을 통해 좋은 참고문헌 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저자의 연구에 호기심이 생겨 그 분야를 공부하려 할 때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 또한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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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거꾸로 읽는 책 35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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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유시민 선생은 잘 알다시피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의 저서를 내기도 했으며, 얼마전에는 TV에서 '100분 토론'이란 프로의 사회를 맏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마디로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경제사상사의 주요 인물들을 통해 자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주로 맑시즘의 입장에서 계급의 문제를 논하고 있는 이 책은 자본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며, 또한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축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분배되어 있는지를 이 책은 묻고 있다. 즉, 수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굶어죽고, 근심으로 찌들려 있고 하루하루 노동으로 빈곤한 생활을 마지못해 이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자본주의는 재생산되고 있느냐는 것인다!

이것은 정말 핵심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즉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세상의 모순에 대해 우리는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은 실제로 두 층위로 나눠져 있다고 본다. 지배하는 자들인 '부자의 경제학'과 지배를 당하고 있는 '빈민의 경제학'이 바로 그것이다. 아시다시피 기득권층은 소수이고 수많은 부와 그 지위와 권력을 타당하게 하는 지식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그들의 타당성을 옹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빈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 유시민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대답을 구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반성과 숙고를 하자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아담 스미스부터 맬더스, 리카르도 등을 다루고 있으며, 마르크스, 헨리 조지, 베블렌 등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케인즈와 고르바초프를 끝으로 경제사상사의 주요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 사이를 미끄러져 가는 자본주의와 그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대학 초년생 때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읽었다. 그때 동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여자 선생님이 강의를 하셨는데, 이 책을 리포트로 제출하게 하셨다. 그만큼 이 책은 경제학이 어떤 사상적 변천을 이루었는가를 잘 요약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들이 이 세계의 모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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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100
김춘수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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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김춘수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었다. 이문구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문학계 인사들이 왔었고, 국문과 학생들을 비롯 많은 학생들이 그에 답하듯 강연장을 메웠었다. 그때, 김춘수 선생님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詩에 대한 살아있는 열정을 보여줬었다. 긴 강연 속에서 핵심적인 이야기는 詩에는 '메시지가 있는 시'와 '메시지가 없는 시'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선생님의 시는 '메시지가 없는 시'이고 그것은 그 자체로 언어와의 긴장 속에서 훌륭한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로 역시 유명한) 이승훈 선생이 쓴 해설의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와 무의미의 공간'이다. 거기서 이승훈 시인은 '서술적 이미지'를 언급하면서, 그것은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 다시 말하자면 이미지를 어떤 관념의 수단으로도 사용치 않는 그러한 이미지의 세계를 말한다고 지적하면서 김춘수 선생의 시세계를 분석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마땅히 알아야 김춘수 선생님이 수많은 시에서 줄기차게 분석하는 존재와 인식, 그리고 존재의 은폐성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마치 하이데거의 전집을 읽는 듯한 그 아련함과 손에 닿을 듯 말 듯 묘한 이미지는 김춘수 선생님의 특징이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감히 그의 시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계속 읽어보고 있다.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도 '꽃을 위한 序詩'를 읽고 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처럼 그의 시를 읽으면 언어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그 언어로 감싸져 있던 존재는 마치 연기처럼 순식간에 날라가버린다.

나는 언제쯤 그의 詩를 알 수 있을까? 다만 지금도 열심히 그의 詩를 공부하고 있다. 나는 김춘수 선생님의 詩를 좋아한다. 詩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장점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선생님께서 학교에 와주셨으면 좋겠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예전에 제자들을 가르쳤던 그 학교에 좀 더 자주 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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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지향의 일본인 - 이어령글방 1 이어령 라이브러리 31
이어령 지음 / 기린원 / 198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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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는 감탄했다. 그리고 두 가지 일을 했다. 우선은 이어령 선생의 칼럼이나 그가 쓴 다른 책을 찾아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를 구입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어느 누가 읽어도 감탄할만한 일본, 일본인論이다. 그리고 역시 이어령이다! 라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솔직히 한국에서 일본에 관한 책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이어령 선생의 이 책이 계기인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견해로는 일본에 대해 아직까지 이만큼 전문적인 깊이를 갖춘 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책의 매력은 대단하다.

이어령 선생은 그만의 박식함을 토대로 일본인은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민족임을 꼼꼼히 지적한다. 어떻게 반론을 할 수가 없다. 하이쿠에 대한 분석 필두로 하여, 2장에서는 축소지향의 여섯가지 모형을 분석하는데, 이레코형, 쥘부채형, 아네사마 인형형, 도시락형, 노멘형, 문장형 등 그 모두 빼어난 분석이다. 즉, 일본인은 부채나 가면, 도시락 등에 세상을 축소하여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섬나라 특수의 기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신기한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이며 인식인 것이다.

3장과 4장에서는 이 축소지향에 대해 일본 문화 저층부에까지 침두해 치밀한 논증을 펼친다. 이를 토대로 일반인은 일본에 대한 많은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5장에서는 논의의 폭을 넓혀 일본인들이 산업문화에서도 축소지향의 잠재적인 의식을 많이 표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6장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책을 끝맺고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뭔가 뿌듯한 감탄과 한국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아마 일본인을 일본인으로서 잘 파악한만큼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라는 책으로 한국의 사회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저신뢰 사회이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혹독한 분석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국내의 사회학자들은 어느 누구도 반론을 펴지 못했다. 비록 분석이 너무 가혹하긴 했지만, 이론적으로 완벽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어령 교수의 이 책도 일본에서 그런 반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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