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서시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100
김춘수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김춘수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었다. 이문구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문학계 인사들이 왔었고, 국문과 학생들을 비롯 많은 학생들이 그에 답하듯 강연장을 메웠었다. 그때, 김춘수 선생님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詩에 대한 살아있는 열정을 보여줬었다. 긴 강연 속에서 핵심적인 이야기는 詩에는 '메시지가 있는 시'와 '메시지가 없는 시'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선생님의 시는 '메시지가 없는 시'이고 그것은 그 자체로 언어와의 긴장 속에서 훌륭한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로 역시 유명한) 이승훈 선생이 쓴 해설의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와 무의미의 공간'이다. 거기서 이승훈 시인은 '서술적 이미지'를 언급하면서, 그것은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 다시 말하자면 이미지를 어떤 관념의 수단으로도 사용치 않는 그러한 이미지의 세계를 말한다고 지적하면서 김춘수 선생의 시세계를 분석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마땅히 알아야 김춘수 선생님이 수많은 시에서 줄기차게 분석하는 존재와 인식, 그리고 존재의 은폐성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마치 하이데거의 전집을 읽는 듯한 그 아련함과 손에 닿을 듯 말 듯 묘한 이미지는 김춘수 선생님의 특징이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감히 그의 시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계속 읽어보고 있다.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도 '꽃을 위한 序詩'를 읽고 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처럼 그의 시를 읽으면 언어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그 언어로 감싸져 있던 존재는 마치 연기처럼 순식간에 날라가버린다.

나는 언제쯤 그의 詩를 알 수 있을까? 다만 지금도 열심히 그의 詩를 공부하고 있다. 나는 김춘수 선생님의 詩를 좋아한다. 詩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장점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선생님께서 학교에 와주셨으면 좋겠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예전에 제자들을 가르쳤던 그 학교에 좀 더 자주 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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