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크르의 시대 - 들뢰즈와 사건의 철학, 소운 이정우교수 강의록
이정우 지음 / 거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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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개념은 이 책을 아우르는 주요한 개념이다. 이것을 토대로 들뢰즈의 사건철학은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정우 선생님은 이 개념을 꼼꼼하게 이해하여,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해내고 있다. 인문학에서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보이는 것 뒤에 숨어있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특히 철학은 그 영역이 워낙 방대하고 다루는 문제들이 복잡하기 때문에, 섣불리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기에는 상당한 워험이 따른다. 확실하고 자세하게 공부하지 않았다가는 금방 비판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정우 선생님이 얼마나 깊이있게 공부를 했는지 알게된다. 이 책은 단지 들뢰즈를 이해하여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들뢰즈의 철학을 나름대로 완결적으로 이해하여, 이 다음의 작업을 위한 토대로 삼겠다는 자신감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한 학기 강의 이상과 맞먹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사에서 들뢰즈를 위치시키려는 작업이 너무나도 치밀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시뮬라크르 개념과 선험 개념, 그리고 의미 개념에 대해서 플라톤과 현상학적, 구조주의적, 실증주의적 의미론 등을 파헤치며, 칸트와 후설의 선험철학도 분석한다. 하나의 개념을 철학사의 맥락에서 꼼곰하게 공부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보여지는 부분보다 더 많은 보여지지 않는 부분을 함축하고 있다. 참고문헌이나 읽어봐야 할 책들을 소개했다면 좀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들뢰즈와 푸코의 저작을 참고하면 된다. 이 책을 통해 들뢰즈 철학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꼼꼼한 소개와 탁월한 해석, 그리고 독창적인 이해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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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힘과 펼쳐짐 - 라이프니츠, 현대과학, 易 : 소운 이정우 교수 강의록 소운 이정우 저작집 5
이정우 지음 / 거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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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선생님의 강의록 가운데 세번째인 이 책은 1, 2권과는 좀 다르다. 앞권들이 들뢰즈의 철학과 그 속에서의 스토아 철학에 대한 이해에 좀 치중했다면, 이 책은 들뢰즈의 '주름'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이를 동북아적 사유로 적극 수용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건철학의 핵심 개념 'implication(접힘)'과 'explication(펼쳐짐)'을 들뢰즈의 라이프니츠 해석을 통해서 사유하지만, 동시에 르네 톰의 형태변이와 카오스모스 이론에로까지 확장하기 때문이다. 복수성과 힘/에네르기에 대한 언급에서 '접힘'과 '펼쳐짐'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서 힘(potentia) 개념을 좀 더 깊이있게 다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맥락을 제시하는 이정우 선생님의 박식함은 깊이 공부해 볼만하다. 그리고 르네 톰의 급변론에서 형태변이 개념은 혹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비견될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정우 선생님이 번역한 르네 톰의 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르네 톰의 주요한 원저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7-9강에서 '주역'을 통해 지금까지의 주요 개념을 해석한다. 서구의 담론을 동양의 담론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점은 탁월하긴 하지만, 그만큼의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는 '인간의 언굴'에 이어서 집요하게 한국 혹은 동북아의 특수성으로 문제를 끌고 들어오려는 이정우 선생님의 성과와 노력은 인정되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폭넓은 분야를 다 아우르는 선생님의 박식함에 감탄한다. 그리고, 그 많은 번역서와 저서를 매년 몇 권씩 출판하는 그 성실함에 또한 머리가 수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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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갈래, 울림 - 라이프니츠와 철학, 이정우교수 강의록 소운 이정우 저작집 5
이정우 지음 / 거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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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학교에 철학과의 강좌를 위해 이정우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선생님은 먼 길을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강연이 시작하자 마자 순식간에 강연장을 압도하셨다. 칠판에 이론적인 부분을 그려가면서 당신의 말에 모든 학생들이 숨죽여 경청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선생님이 얼마나 깊이 공부를 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많은 질문과 선생님의 답변에서 순전히 저작들만으로 알려진 선생님의 이론적인 부분들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음을 보고 놀랐다. 그만큼 철학책으로는 흡입력이 있고, 또한 문장이 간명하고 좋아서,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이 책은 선생님의 네 번째 강의록이다. 3권에 이어 라이프니츠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 '모나드론'의 강독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에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이 '단자론'이라는 이름으로 전집에 끼여 번역된 적이 있으나, 오역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주해와 함께 라이프니츠 사유의 정수를 맛본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완결적이기도 하지만, 강의록 1-3권을 통해서 읽어보면 또 다른 면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선생님이 일찍이 연구하셨던 푸코나 들뢰즈의 저작을 충분히 읽은 후에 다시 읽어본다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특히 들뢰즈의 '굴곡'이나 '차이와 반복', '의미의 논리'가 대표적이다) 선생님의 연구서가 계속 나와서 우리나라에도 독창적인 철학의 기반이 닦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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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종말
존 호건 / 까치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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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종말은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저자가 전문적인 학자는 아니고, 과학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우수한 집필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제목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을 다 읽어보면 과학 자체의 종말이 아니라, 과학 내부에 여느 때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많이 생겨나 있기 때문에 과학의 종말을 우려한다는 점에 있어서, 과학의 더 큰 진보와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의 혼란이 문제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저자인 존 호건이 '사이언티픽 어메리컨'지에 연재한 과학자들의 '인문소개'를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글의 형식이 전반적으로 당대의 최고 과학자, 혹은 철학자들과의 대담 형식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글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점이 여러 과학자들의 이론을 그들의 맥락이 전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끼워맞추고 연속적인 것으로 보이려 한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호건은 대체로 그들의 이론을 사려깊게 알아보고, 정말 대중의 입장에서 그 이론들의 이해를 통해 현대에 있어서 과학의 의미를 알아보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봄이나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 그리고 산타페 연구소의 생화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을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다.

현대의 과학은 워낙 많은 미시적인 연구들로 쪼개어져 있다. 그리고 각 부분은 고도로 전문적인 연구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깊이있는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학의 각 영역에 대한 통합이 필요하다. 그것은 연구성과나 개념들의 통합 뿐만 아니라, 학제적인 형식을 가다듬는 학문의 통합이어야 한다. (호킹의 TOE 이론은 전자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C. P. 스노우의 '두 문화'는 후자의 고전적인 예이다) 결국 이 책은 과학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겸손하면서도 진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치 저자의 직업처럼, 한 발짝 물러서서 과학의 고도화에 대한 반성과 숙고를 요청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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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근대철학
서양근대철학회 엮음 / 창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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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칸트연구회나 헤겔연구회 등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작 그들의 철학적인 근원이 되었던 서양근대철학에 대한 국내의 연구모임이나 연구성과물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위의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서 읽어보았다.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우선, 장점은 서양의 근대철학사를 대개는 철학자들 중심으로, 그것도 몇몇 유명한 철학자만을 중심으로 소개해 온것과 달리, 이 책은 르네상스와 중교개혁, 그리고 과학혁명과 같은 근대의 주요한 사건들의 맥락을 통해서 근대철학을 이해하려 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것인데, 국내의 연구는 물론, 국내에 번역된 대부분의 서양근대에 관한 책들은 이 부분을 소흘히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주목할 만 하다. 아울러 이 책은 말브랑슈, 빠스깔, 루쏘, 리드, 멘 드 비랑 등을 다루었다. 즉, 근대철학의 형성에 매개가 되었던 또다른 중요한 철학자들을 소개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본문 속에서도 이들의 관계를 최대한 엮어내려 한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이 책의 집필진이 우수한 전공자들로 꼼꼼하게 짜여진 것 같아 기뻤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들의 석, 박사 학위 논문을 읽어보면 대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점도 몇 가지 눈에 띤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이 책이 전공자와 비전공자 어느 부분을 독자로 맞춰 썼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아마 비전공자인 것 같으나, 그렇게만 보기에는 전공자들도 생소한 부분이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이 책에 각주를 통한 인용을 밝히는 작업이나, 각 철학자마다 참고문헌과 최근의 연구저작들을 첨부해 놓았으면 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전공자는 물론이거니와 비전공자에게도 전공자처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었을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더 크다. 이 책을 시작으로 시리즈가 계속되어 나온다고 하니 다음을 기약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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