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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힘과 펼쳐짐 - 라이프니츠, 현대과학, 易 : 소운 이정우 교수 강의록 ㅣ 소운 이정우 저작집 5
이정우 지음 / 거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정우 선생님의 강의록 가운데 세번째인 이 책은 1, 2권과는 좀 다르다. 앞권들이 들뢰즈의 철학과 그 속에서의 스토아 철학에 대한 이해에 좀 치중했다면, 이 책은 들뢰즈의 '주름'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이를 동북아적 사유로 적극 수용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건철학의 핵심 개념 'implication(접힘)'과 'explication(펼쳐짐)'을 들뢰즈의 라이프니츠 해석을 통해서 사유하지만, 동시에 르네 톰의 형태변이와 카오스모스 이론에로까지 확장하기 때문이다. 복수성과 힘/에네르기에 대한 언급에서 '접힘'과 '펼쳐짐'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서 힘(potentia) 개념을 좀 더 깊이있게 다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맥락을 제시하는 이정우 선생님의 박식함은 깊이 공부해 볼만하다. 그리고 르네 톰의 급변론에서 형태변이 개념은 혹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비견될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정우 선생님이 번역한 르네 톰의 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르네 톰의 주요한 원저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7-9강에서 '주역'을 통해 지금까지의 주요 개념을 해석한다. 서구의 담론을 동양의 담론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점은 탁월하긴 하지만, 그만큼의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는 '인간의 언굴'에 이어서 집요하게 한국 혹은 동북아의 특수성으로 문제를 끌고 들어오려는 이정우 선생님의 성과와 노력은 인정되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폭넓은 분야를 다 아우르는 선생님의 박식함에 감탄한다. 그리고, 그 많은 번역서와 저서를 매년 몇 권씩 출판하는 그 성실함에 또한 머리가 수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