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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 별종 - 스피노자에 있어서 권력과 역능에 관한 연구 ㅣ 푸른숲 필로소피아 2
안토니오 네그리 지음, 윤수종 옮김 / 푸른숲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국내에 들뢰즈가 한참 부각되던 90년대 중반 무렵, 한 곳에서는 안토니오 네그리가 그의 제자인 마이클 하트와 함께, 조금씩 알려졌었다. 처음엔 상이한 영역의 학자들로 보였던 이들은, 네그리가 가타리, 하트와 함께 정치적인 저작을 썼었고, 들뢰즈가 가타리와 함께 저술활동을 했고, 하트가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네그리와 들뢰즈를 비교하고, 들뢰즈 전기철학을 아우르는 책을 펴냄으로서 하나의 밀접한 연대를 이루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당히 강력한 존재론과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조우는 미래철학의 한 모습을 분명 보여주고 있었다.
네그리의 이 책은 그가 평생을 탐독한 스피노자의 사유체계에 대한 빼어난 주석이다. 특히 '에티카'에 숨겨져있던 potentia와 potestas 개념을 적극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스피노자의 맑시즘적 해석을 한 층 더 발전시켜 대중의 역능의 구성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타당한 정치체의 가장 진보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네그리의 그간의 정치적인 활동, 이탈리아 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에서 그의 위상을 고려하여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네그리의 정치체의 엄격한 이론적 토대를 만날 수 있다.
아울러, potentia 개념을 따라 읽는다면, 네그리와 하트의 저작 (예컨데, '디오니소스 노동') 속에서 중심개념이었던 역능 개념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들뢰즈와의 연대지점도 알 수 있다. 바로 역능을 통한 스피노자 해석이 들뢰즈와 네그리를 직접적으로 가깝게 묶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감옥에서 썼다고는 믿기 어려운, 참으로 탁월하고 꼼꼼한 책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다소 필요하다. 즉, 이 책을 깊이있게 읽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판본이나 프랑스어 판본, 혹은 영역본을 두고 함께 읽어보시라. 그리고, 네이들러가 쓴 스피노자의 생애에 관한 저작이나, 정치적인 입장을 다룬 현대의 논문들을 몇 편 읽어보고 접근하시라. 물론, 스피노자의 '신학-정치학 논고' 등의 일련의 정치적 저작물은 다 읽어보아야 한다. 스피노자, 정치철학, 들뢰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