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혁명 - 자유의 공간을 향한 욕망의 미시정치학 푸른숲 필로소피아 5
펠릭스 가타리 지음 / 푸른숲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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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가타리는 들뢰즈와 함께 공저를 여러 권 내었었고, 독자적인 연구도 상당한 깊이를 지니고 있는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들뢰즈가 워낙 부각되어 소개되었기 때문에 가타리의 정치적인 이론틀은 상대적으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이나 네그리와의 공저 등을 통해서 볼때, 그는 마치 빌헬름 라이히의 모습을 한 유령같다. 아니, '안티 오이디푸스'나 '천 개의 고원'을 통해서 개진되었던 주장들에서 가타리의 목소리를 온전히 가려내는 작업을 한다면 가타리의 영향력과 타당성은 그 이상일 것이다. 권력을, 생산하는 욕망의 미시적이고 분자적인 움직음 통해서 파괴하고 탈주하자는 내용은 마르크시즘보다 더 마르크스적이고, 푸코보다 더 푸코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계급 개념이 무너진 지금, 자본주의 사회를 횡단하는 작업은 가타리의 주장에서는 상당히 가능해 보인다. 즉, 이행으로서 코뮤니즘의 새로운 방법이 가타리의 이론틀이 아닐까 싶다. 물론 횡당선에 있어서 의미와 내용, 방향에 관한 문제는 다소 부족해보이지만, 개인의 역능을 통한 해방된 세계의 구성은 가타리를 이론을 통해 이해하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공저에서 그랬듯이, 워낙 새로운 개념들이 많이 있어 주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누가 들뢰즈의 저작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누룽지와 같다고 한 것처럼, 실천적인 구체성만 수반된다면 가타리의 저작 역시 상당히 매혹적이리라. 아직까지 가타리에 대해서는 연구논문이나 해설서가 없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성과물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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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1887년 가을-1888년 3월) 책세상 니체전집 20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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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유고가 책세상에서 간행된다는 소식을 반갑게 들었었다. 아마 출판사 측에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인문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출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니체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더욱 고맙기 그지없다. 사실, 니체 전집은 국내에서 여러번 간행되었지만, 대다수가 전집의 수준에는 미달이었다. 청하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던 것만 해도 독어 원서를 번역한다고 하였지만, 카우프만의 영역본의 해설을 상당히 무단으로 옮겨왔고, 어떤 것은 영역본을 옮겼다고 역자가 밝히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 책세상에서의 번역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권력에의 의지'가 니체 유고에서 임의적으로 편집된 것임을 따져보지도 않았다. 사실 니체의 저작들 가운데 '권력에의 의지'가 원래의 유고를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기 니체전집 22권의 백승영 선생님의 해설과 국내에서 '니체 저작의 국내 번역실태'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논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독일에서는 이미 60년대 니체의 유고 문제가 합의가 되어서 '권력에의 의지'가 아닌 시대 순으로 유고를 그대로 실은 전집이 간행되었었다. 바로 68년부터 출판된 그뤼터 출판사의 KGW전집인데, 책세상의 전집은 이것을 번역한 것이다.

번역자들도 상당한 전문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의 번역자인 백승영 선생님의 국내 발표 논문을 꼼꼼히 다 읽어본다면 니체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집을 읽기 전에 니체에 관한 국내의 논문들을 읽고 니체전집 시리즈를 읽는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번역본 가운데는 특히, KGW 전집 VII권과 VIII권을 잘 읽어본다면 니체 후기의 완성된 이론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적인 문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우선은 전집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출판사측에 전화를 걸어봤는데, 번역의 분량이 있는만큼 전집의 출간일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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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 별종 - 스피노자에 있어서 권력과 역능에 관한 연구 푸른숲 필로소피아 2
안토니오 네그리 지음, 윤수종 옮김 / 푸른숲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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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들뢰즈가 한참 부각되던 90년대 중반 무렵, 한 곳에서는 안토니오 네그리가 그의 제자인 마이클 하트와 함께, 조금씩 알려졌었다. 처음엔 상이한 영역의 학자들로 보였던 이들은, 네그리가 가타리, 하트와 함께 정치적인 저작을 썼었고, 들뢰즈가 가타리와 함께 저술활동을 했고, 하트가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네그리와 들뢰즈를 비교하고, 들뢰즈 전기철학을 아우르는 책을 펴냄으로서 하나의 밀접한 연대를 이루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당히 강력한 존재론과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조우는 미래철학의 한 모습을 분명 보여주고 있었다.

네그리의 이 책은 그가 평생을 탐독한 스피노자의 사유체계에 대한 빼어난 주석이다. 특히 '에티카'에 숨겨져있던 potentia와 potestas 개념을 적극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스피노자의 맑시즘적 해석을 한 층 더 발전시켜 대중의 역능의 구성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타당한 정치체의 가장 진보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네그리의 그간의 정치적인 활동, 이탈리아 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에서 그의 위상을 고려하여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네그리의 정치체의 엄격한 이론적 토대를 만날 수 있다.

아울러, potentia 개념을 따라 읽는다면, 네그리와 하트의 저작 (예컨데, '디오니소스 노동') 속에서 중심개념이었던 역능 개념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들뢰즈와의 연대지점도 알 수 있다. 바로 역능을 통한 스피노자 해석이 들뢰즈와 네그리를 직접적으로 가깝게 묶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감옥에서 썼다고는 믿기 어려운, 참으로 탁월하고 꼼꼼한 책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다소 필요하다. 즉, 이 책을 깊이있게 읽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판본이나 프랑스어 판본, 혹은 영역본을 두고 함께 읽어보시라. 그리고, 네이들러가 쓴 스피노자의 생애에 관한 저작이나, 정치적인 입장을 다룬 현대의 논문들을 몇 편 읽어보고 접근하시라. 물론, 스피노자의 '신학-정치학 논고' 등의 일련의 정치적 저작물은 다 읽어보아야 한다. 스피노자, 정치철학, 들뢰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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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탈주 - 새길신서 44
이진경.신현준 지음 / 새길아카데미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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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의 젊은 소장 학자들이 공저한 책이다. 철학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이진경 선생님이나 신현준 선생님의 이름은 알 것이라 생각된다. 이진경 선생님이야 워낙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분이고 또한 저술도 많으니까. 그리고 신현준 선생님의 락 음악에 관한 책들은 락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는 한 번 쯤은 읽어봤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그들이 하나의 지반으로 삼고 있었던 들뢰즈/가타리의 이론틀에 대한 이해이자, 해석이고, 적극적인 극복이다. 근대라는 이름으로 점철된 서양의 사유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성이자, 말 그대로 '탈주'이다. '탈주'는 들뢰즈의 개념인데, '앙띠 오이디푸스'나 '천 개의 고원'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들뢰즈/가타리만이 아니라, 오히려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 자크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등을 다루면서 프랑스의 후기 구조주의 안밖의 사유를 아우르고 있다. 국내의 철학자들 가운데는 아직 후기 구조주의를 엄격한 철학적 사조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철학이 스스로 확장되고 새로운 방법과 문제틀을 가져오는 작업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후기 구조주의가 하나의 유행과 같이 전면적으로 수용되거나 전면적으로 거부되기 이전에 꼼꼼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프랑스제 담론에 너무 열광할 필요도, 이유없이 거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소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진경 선생님의 라캉 독해인 '무의식의 이중구조와 주체화'와 신현준 선생님의 '존재의 균열과 생성의 탈주'라는 들뢰즈/가타리 독해를 잘 읽었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오던 95년에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점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른 글들도 개인적인 취향이나 그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적해서 그렇지, 읽어볼만한 글들이다. 무엇보다 젊은 열기와 새로운 철학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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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입문 - 철학사상총서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 문예출판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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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는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전문 연구가들이 연구를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서양철학사 가운데서, 칸트나 헤겔만큼 많은 전공자들이 있다. 그들이 하이데거의 철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하이데거 철학의 특징은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를 즐기며, 사소한 개념에 대해서도 개념사를 아우르는 박식함과 깊이있는 공부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하이데거의 대표작은 '존재와 시간'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지만, 나는 이 책을 더 좋아한다. '존재와 시간'은 워낙 방대하고 어렵다.

그러나, '형이상학 입문'은 하이데거의 문제의식과 연구특징이 대체로 잘 드러나면서도 쉽다. 즉, 1장에서 형이상학의 근본물음을 제기한 후에 비전공자도 알 수 있을 질문들을 제기하며 친절하게 책 속으로 흡입되게 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있음'의 단어와 문법을 희랍어를 꼼꼼히 살피며 그 기원과 본질에 관해서 질문한다. 그리고 '있음과 됨', '있음과 가상', '있음과 생각', '있음과 당위'에로 문제틀을 확장하여 논의를 개진한다. 누구든지 문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존재' 혹은 '있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파르메니데스의 단편들을 중간중간 인용하는 것 등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좋아한다. 하나의 개념사를 통해 철학을 이해하는 그 방법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하이데거의 생각들을 쉽게 이해하면서, 그리고 어느정도 동의하면서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하이데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실 분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은 후 다른 주저를 읽으면 도움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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