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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탈주 - 새길신서 44
이진경.신현준 지음 / 새길아카데미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서울의 젊은 소장 학자들이 공저한 책이다. 철학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이진경 선생님이나 신현준 선생님의 이름은 알 것이라 생각된다. 이진경 선생님이야 워낙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분이고 또한 저술도 많으니까. 그리고 신현준 선생님의 락 음악에 관한 책들은 락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는 한 번 쯤은 읽어봤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그들이 하나의 지반으로 삼고 있었던 들뢰즈/가타리의 이론틀에 대한 이해이자, 해석이고, 적극적인 극복이다. 근대라는 이름으로 점철된 서양의 사유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성이자, 말 그대로 '탈주'이다. '탈주'는 들뢰즈의 개념인데, '앙띠 오이디푸스'나 '천 개의 고원'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들뢰즈/가타리만이 아니라, 오히려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 자크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등을 다루면서 프랑스의 후기 구조주의 안밖의 사유를 아우르고 있다. 국내의 철학자들 가운데는 아직 후기 구조주의를 엄격한 철학적 사조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철학이 스스로 확장되고 새로운 방법과 문제틀을 가져오는 작업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후기 구조주의가 하나의 유행과 같이 전면적으로 수용되거나 전면적으로 거부되기 이전에 꼼꼼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프랑스제 담론에 너무 열광할 필요도, 이유없이 거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소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진경 선생님의 라캉 독해인 '무의식의 이중구조와 주체화'와 신현준 선생님의 '존재의 균열과 생성의 탈주'라는 들뢰즈/가타리 독해를 잘 읽었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오던 95년에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점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른 글들도 개인적인 취향이나 그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적해서 그렇지, 읽어볼만한 글들이다. 무엇보다 젊은 열기와 새로운 철학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