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현암사 동양고전
안동림 역주 / 현암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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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제목이 뭐 이러냐고 타박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도 면면히 유행하고 있는 선 사상을 조금 공부해보신 분이라면 내가 이 책에 책꺼풀을 해서 열심히 들고다닐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실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도저히 일반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공안 중 유명한 것들은 다 들어있는 이 책은 자신이 한문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혹은 불교나 철학에 얼마나 정통하느냐와는 상관없이 읽는이의 머릿속을 훌훌 빠져나가버리는 어구들로 가득차 있다. 그 의미를 손에 잡으려해도 잡으려해도 곧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형상은 영락없는 바람, 공기, 혹은 아무 것도 없음과 같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책을 읽을수록 자신이 깨끗해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세상의 모든 의미를 마치 부채처럼 한 손에 접어 놓은 것은, 독자들이 읽으면서 어렵게 어렵게 펼치는데, 그 과정이 나를 정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다시 돌볼 수 있는 실천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근원을 찾아서, 무한한 자유를 한 번 쯤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느껴보려는 그런 행위라고나 할까? 대선사들의 외침처럼 거침없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도 끝없는 자유를 잠시나마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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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의 철학 현대의 지성 69
신오현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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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오현 선생님은 나의 스승님이다. 선생님의 수업을 여러번 들었으며, 언제나 사숙하였었다. 그러니 나는 감히 이 책의 서평을 쓸 수 없다. 다만 내가 보았던 선생님은 그런 분이셨다. 언제나 엄격하셨지만, 철학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공부하셨고 철학함을 몸소 보여주셨었다.

특히 그 분의 학문적 깊이는 언제나 철학 속에서, 그 자체로 살아가셨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제 곧 선생님께서는 정년퇴임을 하실 것이고, 나는 다른 곳으로 철학을 공부하러 갈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나의 가슴 속에서 언제나 철학자의 상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은 자아의 철학, 철학의 철학, 절대의 철학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마지막권이다. 세 책 모두 아주 꼼꼼하고 치밀하다. 철학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철학을 공부하시는 분은 이 책을 한 번은 읽어보셨으리라.

선생님께서 건강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자들을 이젠 좀 고만 야단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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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주의
지크프리트 J.슈미트 지음, 박여성 옮김 / 까치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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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에는 잘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급진적 구성주의는 상당히 매력적인 학문이다. 그것은 칸트의 인식론의 맥락에서,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라는 생물학자들이 내세운 학문체계이다. 독일에서는 뮌스터 대학 등을 중심으로 폭넓게 연구되고 있으며,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상당한 타당성과 힘이 있다.

이 급진적 구성주의는 기존의 교육학에서 다루어지는 구성주의와는 거의 다른 것으로, 인지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학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에까지 확장되어 있다.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이 세상에 없지만 어느 누구보다 위대한 에리히 얀취, 그리고 에른스트 폰 글라저스펠트, 게르하르트 로트, 하인츠 폰 푀르스터 등이 있다.

박여성 선생님이 번역한 이 책은 그 중심인 지그프리트 J 슈미트 교수가 편저한 것으로 이 모든 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박여성 교수는 <괴델, 에셔, 바흐>를 번역한 것으로 또 유명하다) 이 학자들은 서로 아우토포에시스와 자기생산, 그리고 재귀준거(self-reference) 개념을 통해 생물학의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인지와 인식, 그리고 간주관성, 혹은 객관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미 읽어보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한번 열람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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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 시공 로고스 총서 10 시공 로고스 총서 10
마거릿 보든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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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학교 2학년 때, 교수님의 연구실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땐 교수님들과 별로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낯선 경험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책장을 훑어보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피아제 전집을 보았다. 정말 빽빡하게 가득차있는! 사실 삐아제 전집은 30권 가량 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내가 알기로 번역되어 있는 것이 없다.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그만한 대학자의 책이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피아제의 여러 개론서를 읽어보았는데, 그 가운데 이 책은 단연 압권이다. 내가 교수님께 들은 피아제를 가장 가깝게 설명하고 있었으며, 참고문헌도 상당히 훌륭했다. 이것들을 근거로 자신이 외국어만 좀 한다면, 영문판이나, 아니면 불역본을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워딩턴의 책은 꼭 참고하기 바란다. 그의 후성적 풍경epigenetic landscape개념은 상당히 중요하다!)

교양심리학을 배웠던 적이 있다면, 피아제의 중요성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러나 이 개론서의 저자인 마거렛 보든 역시 지적하고 있지만, 피아제의 이론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공부하지 않고 인지심리학의 최근 성과를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조절과 동화는 물론, homeostasis, homeorhesis, 그리고 morphogenesis 등의 개념을 배워보시기 바란다. 개인적인 바램일지는 몰라도 피아제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심리학자는 프로이트나 융, 스키너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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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위한 선언 - 백의신서 42
알랭 바디우 지음, 이종영 옮김 / 백의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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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디우가 들뢰즈를 의식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디우의 철학이 들뢰즈와 같은 뿌리르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다르게 발전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데, 바디우의 주저인 <존재와 사건>은 들뢰즈가 존재를 부정하고 '생성'과 '욕망'을 내세운다는 점에 있어서 명백히 대립된다. 그러나 둘다 '사건'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플라톤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 그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단, 바디우는 하이데거를 언급하지만, 들뢰즈는 하이데거를 언급하지 않는다)

얼마전에 바디우의 또다른 책인 <존재의 함성>이 번역되어 나왔다. 들뢰즈의 철학도 사실은 바디우 자신의 이론이 영역에 속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대해 이정우/이진경 선생님이 일간지에 논평을 한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그 책도, 그리고 이 책도 읽어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바디우의 주저가 번역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소 난감하다. <존재의 함성>은 들뢰즈를 향해서 쓴 책이고, <철학을 위한 선언>은 <존재와 사건>을 출판한 직후 약간의 보충을 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출'이나 바디우의 '수'개념은 상당히 난해하게 다가온다. 빨리 그의 주저가 소개되어 우리가 프랑스 철학을 다양하게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여, 번역자인 이종영 선생님도 여러 책을 냈는데, 상당히 독특했다. 그의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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