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현암사 동양고전
안동림 역주 / 현암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제목이 뭐 이러냐고 타박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도 면면히 유행하고 있는 선 사상을 조금 공부해보신 분이라면 내가 이 책에 책꺼풀을 해서 열심히 들고다닐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실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도저히 일반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공안 중 유명한 것들은 다 들어있는 이 책은 자신이 한문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혹은 불교나 철학에 얼마나 정통하느냐와는 상관없이 읽는이의 머릿속을 훌훌 빠져나가버리는 어구들로 가득차 있다. 그 의미를 손에 잡으려해도 잡으려해도 곧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형상은 영락없는 바람, 공기, 혹은 아무 것도 없음과 같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책을 읽을수록 자신이 깨끗해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세상의 모든 의미를 마치 부채처럼 한 손에 접어 놓은 것은, 독자들이 읽으면서 어렵게 어렵게 펼치는데, 그 과정이 나를 정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다시 돌볼 수 있는 실천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근원을 찾아서, 무한한 자유를 한 번 쯤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느껴보려는 그런 행위라고나 할까? 대선사들의 외침처럼 거침없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도 끝없는 자유를 잠시나마 맛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