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경제사 - 5000년 부의 흐름을 읽는
앤드루 리 지음, 고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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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복잡한 경제 이야기를 짧고 쉽게 풀어주는 책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이 탐욕만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p15


고대 사회에서 등장한 또 하나의 중요한 발명품은 바로 화폐였다. -p37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평화가 더 오래 지속된 이유 중 하나는 각국이 전쟁 이전의 실책에서 교훈을 얻었던 데 있다. -p159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나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허위 정보, 알고리즘 차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바로 파국적 재앙의 가능성이다. -p298








경제를 알아야겠다는 필요성은 누구나 느낀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려 하면, 두꺼운 분량과 난해한 용어 앞에서 쉽게 손이 멈춘다. 경제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 그래서일까. ‘짧고 쉬운 경제사’라는 소개 문구는 무척이나 반갑게 다가온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경제사』는 벽돌책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경제 입문서이자, 인류 5000년 경제 흐름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통찰서다.



이 책은 농업혁명에서 시작해 산업혁명, 세계대전과 대공황, 신자유주의의 도래, 그리고 팬데믹과 인공지능까지, 거대한 시대 전환점들을 선명하게 훑는다. 각 장은 하나의 질문 혹은 관찰에서 출발해,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해왔는지를 흥미롭고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추상적인 이론보다는 구체적 역사와 실생활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경제사』의 강점은 '짧다'는 데만 있지 않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다. 경제학이 인간의 탐욕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오해를 걷어내고, 화폐의 탄생, 계급 이동, 대공황과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주제를 연결해 현재 세계의 복잡한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경제사를 공부하는 일이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감각을 세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경제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벽처럼 느껴졌던 사람, 사회 흐름을 큰 그림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뉴스와 현실 속 경제 용어에 익숙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훌륭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경제사』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쉽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책이다. 경제 입문서 이상의 가치가 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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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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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디스토피아 속 인간성과 존엄성을 치열하게 되묻는 소설을 읽고 싶을 때 손에 쥐어야 할 책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미국문학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테마문학 > 드라마 소설


[추천 독자]
-청소년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SF라는 틀로 사유해보고 싶은 사람
-인간성과 도덕, 생명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은 독자
-자극적 설정보다 철학적 질문이 있는 장르 소설을 선호하는 사람



"갈 만한 곳이 있어." 아리아나가 그에게 말한다. "넌 똑똑하니까 열여덟 살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코너는 그리 확신이 들지 않지만, 아리아나의 눈을 들여다보니 잠시나마 의심이 사라진다. 아리아나의 눈은 회색 줄무늬가 들어간, 예쁮아한 보라색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패션의 노예다. 최신 색소가 유행하면 바로 그 색소를 주입힌다. 코너는 한 번도 그런 일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 -p15



리사는 자기 차례가 되어 피아노를 칠 때를 기다리며 무대 뒤를 어슬렁거린다.
그녀는 자신이 잠든 채로도 이 소나타를 연주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사실 자주 그렇게 한다. 잠에서 깨어 보니 손가락이 침대 시트를 두드리고 있었떤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들리던 음악은 잠에서 깬 뒤에도 잠시 이어진다. -p36



큰 파티다. 비싼 파티. 몇 년 동안 계획되어 온 파티.
컨트리클럽의 대연회장에는 최소 2백 명이 모였다. 레브는 밴드를 선택해야 했다. 음식도 골라야 했다. 심지어 식탁보의 색깔까지 결정해야 했다. -p48









이런 세계가 정말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언와인드』는 단순한 SF가 아니다. 인간 생명을 숫자로 계산하고, 제도라는 이름 아래 분해와 해체를 허용한 디스토피아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언와인드는 죽음이 아니야"라는 말로 포장된 살인은,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폭력과도 닮았다.


코너, 리사, 레브. 버려졌거나, 이용당하거나, 순순히 희생당하려 했던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되찾기 위해 도망치는 이 서사는 빠른 전개와 몰입감으로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진짜 무게감은 페이지를 덮은 후에 찾아온다. '우리는 생명을 어떻게 정의하고, 누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이 오래도록 남기 때문이다.






처음 디스토피아 소설을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다. 읽는 내내 긴장했고, 분노했고, 결국 울컥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너무 현실 같아 아찔하다. 읽고 나면 절대 예전처럼 세상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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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네 번째, 전쟁 속으로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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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전쟁 한복판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여인의 일기를 따라가는 책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생각하면 일상의 사건을 기록한 일기가 후대에 굉장한 역사적 가치를 갖지 않겠냐고 남편 로버트에게 물어본다. 그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p7

밤새 공습경보는 없었다. 새벽 2시에 깼을 때 사이렌과 비슷한 소리가(이런 소리는 언제든 날 수 있다고 들었다.) 잠깐 들렸는데 아주 작고 희미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p101

요리사는 한없이 우울한 얼굴로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먼 교차로까지 가서 우유 통이 가득 실린 커다란 차를 몰고 나온 삼촌을 만난다. 그러곤 우유 통들 사이에서 여행 가방을 끼워 넣고 음울하게 말한다. 자기가 급하게 필요하면 언제든 옆 농장인 블로어에 전화하면 된다고. -206






전쟁은 언제나 비극이지만, 그 와중에도 일상은 멈추지 않는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네 번째, 전쟁 속으로』는 그 지속되는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다. E. M. 델라필드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 한 영국 여성이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특유의 위트와 현실감으로 포착한다.


지방 중산층 여성의 소소한 삶, 문단 진출기, 북미 북 투어를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한 배경 아래 여성의 역할 변화, 공동체의 분투, 삶의 균열과 유머를 함께 담는다. 석유 배급, 공습 대비 훈련, 전시 자원봉사 신청까지. 전선이 아닌 일상에서 ‘싸우는 여성’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형식은 자전적 일기체 소설이다. 덕분에 독자는 당대 여성들이 느꼈던 불안, 회의, 애정, 유머를 한층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된다. 'BBC가 너무 밝게만 보도한다'는 주인공의 의심은, 정보에 대한 오늘날의 감각과도 겹친다. 유쾌한 문장 뒤에 드러나는 현실의 무게는 이 책을 단순한 희극으로 읽히지 않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창작자에게 귀중한 영감을 준다. 디테일한 일상, 날카로운 사회적 관찰, 생생한 말투와 정서는 캐릭터 설계나 시대극 구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거대한 전쟁사 대신 빵 반죽과 배급표, 라디오와 이웃으로 이야기를 짓는 방식은, 작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예다.


지금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든, 그 안에 시대의 진동과 인간의 자존감을 담고 싶다면? 이 일기는 오래 곁에 두고 펼쳐볼 만한 문학적 레퍼런스가 되어줄 것이다.




woojoos_story 모집, 이터널북스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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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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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역사는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마치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역사 교양서





[추천 독자]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교과서식 서술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사람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대화를 채우고 싶은 이야기 수집가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한국사를 나누고 싶은 부모
-역사를 인간의 이야기로 접근하고 싶은 인문학 독서가
-가벼운 듯 깊이 있는 역사책으로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소수의 위정자는 어리석고, 다수의 국민은 지혜롭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권력을 독점하려는 염치없는 자의 도전과 이들을 계몽하려는 선량한 이들이 맞선 응전의 연속이었죠. -p4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나의 안전한 오늘과 후세의 안온한 미래를 위한 의무이자,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며 역사를 쌓아나간 이들에게 최소한의 염치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p5

 <세한도>는 세태에 따라 사람을 배반하지 않는 이상적의 마음과 그런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추사의 마음의 더해져 위대한 예술이 되었고, 돈과 상관없이 예술을 지키려는 바보 같은 이들의 선한 마음이 더해져 위대함이 점점 더 자라고 있다. -p24







역사는 꼭 무겁고 어려운 것일까? 『기묘한 한국사』는 그 질문에 아주 통쾌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역사책을 펼칠 때마다 자료의 방대함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이라도, 이 책은 ‘재미’ 하나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나 역시 역사 덕후로서 도착을 기다리며 기대감이 컸고, 역시 그 기대대로 책장을 가뿐히 넘겼다. 낯익은 사건조차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흡입력은, 쉽게 써도 깊이 있게 쓸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한국사의 비주류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광개토대왕릉비에 얽힌 중국의 유네스코 등록 사연, 세종대왕의 천릉에 얽힌 저주설, 경종 독살설처럼 미스터리한 음모론, 궁녀들의 일상과 조선 왕의 남자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기존 역사 서술의 한계와 사각지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덕분에 한국사는 단순한 연표 암기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 실수, 희망이 오롯이 깃든 ‘살아 있는 이야기’임을 실감하게 된다.








읽고 나면 문득 이렇게 묻게 된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얼마나 정제되고, 또 얼마나 걸러진 이야기일까? 『기묘한 한국사』는 그 질문 앞에 풍성한 읽을거리를 내어주며, 독자로 하여금 다시금 역사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단순히 몰랐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다르게 보는 눈을 열어주는 책이다. 처음엔 가볍게 펼쳤지만, 덮고 나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지금 한국사를 다시 만나고 싶다면 이 기묘하고도 유쾌한 책부터 시작하자. 역사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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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클레오파트라의 남자들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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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팜므파탈 클레오파트라가 아닌, 정치적 주체로서의 클레오파트라를 새롭게 만나는 책




33왕조의 끝 무렵, 로마식으로 계산하면 706년, 훗날 그리스도교식으로 계산하면 기원전 48년, 이집트와 맞닿은 시리아 국겨에서의 10월 밤이었다. 은빛 불의 화사한 빛, 별빛이 비치는 밤의 색벽이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별들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우리가 아는 19세기 중반 이전의 하늘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당신은 하늘과 별의 모습만 보고는 이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p8



알렉산드리아. 맞닿은 곳이 로지아가 있는 궁전의 1층 홀에 두 명의 발걸음이 다가오고 있다. 로지아의 아치를 통과하면, 아침 햇살이 빛나는 지중해가 보인다. -p52








클레오파트라는 치명적인 사랑과 오판으로 운명을 망친 여인처럼 여겨졌지만,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속 클레오파트라는 훨씬 더 입체적인 인물이다. 단순히 로마의 남자들에게 휘둘린 비운의 여인이 아니라 카이사르라는 인물을 마주하면서 점차 통치자로 성장해가는 변화와 전략의 주체로 그려진다. 기존 대중 이미지에서 한 발 물러나 이집트 최후의 파라오로서의 내면과 정치적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흥미롭다.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카이사르가 단지 사랑에 빠진 남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로마의 실권자로서 이집트를 보호국으로 삼기 위해 움직였고, 클레오파트라와의 관계 또한 감정보다 정치적 판단에 따른 선택에 가까웠다. 실제로 그는 사랑과 권력을 분리해 사고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사망 직전 유언장에서는 옥타비우스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럼에도 그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실질적인 권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모든 흐름을 보면, 클레오파트라가 단지 미모로 카이사르를 사로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에게는 그녀의 정치적 자질과 통치자로서의 잠재력이 분명히 보였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성이 파라오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클레오파트라는 두려움과 불안을 안은 채 카이사르를 만나지만, 점차 이집트를 통치할 준비가 된 지도자로 변모한다. 그 변화의 과정이 감정선과 정치 전략 위에서 교차하며, 쇼는 이 서사를 통해 클레오파트라가 가진 지성과 통치의 책임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든 클레오파트라를 단순한 요부로 기억할 수 없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는 우리가 오해했던 여인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진짜 성장 서사다.





@woojoos_story 모집, 히스토리퀸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역사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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