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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ㅣ 클레오파트라의 남자들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팜므파탈 클레오파트라가 아닌, 정치적 주체로서의 클레오파트라를 새롭게 만나는 책


33왕조의 끝 무렵, 로마식으로 계산하면 706년, 훗날 그리스도교식으로 계산하면 기원전 48년, 이집트와 맞닿은 시리아 국겨에서의 10월 밤이었다. 은빛 불의 화사한 빛, 별빛이 비치는 밤의 색벽이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별들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우리가 아는 19세기 중반 이전의 하늘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당신은 하늘과 별의 모습만 보고는 이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p8
알렉산드리아. 맞닿은 곳이 로지아가 있는 궁전의 1층 홀에 두 명의 발걸음이 다가오고 있다. 로지아의 아치를 통과하면, 아침 햇살이 빛나는 지중해가 보인다. -p52

클레오파트라는 치명적인 사랑과 오판으로 운명을 망친 여인처럼 여겨졌지만,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속 클레오파트라는 훨씬 더 입체적인 인물이다. 단순히 로마의 남자들에게 휘둘린 비운의 여인이 아니라 카이사르라는 인물을 마주하면서 점차 통치자로 성장해가는 변화와 전략의 주체로 그려진다. 기존 대중 이미지에서 한 발 물러나 이집트 최후의 파라오로서의 내면과 정치적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흥미롭다.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카이사르가 단지 사랑에 빠진 남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로마의 실권자로서 이집트를 보호국으로 삼기 위해 움직였고, 클레오파트라와의 관계 또한 감정보다 정치적 판단에 따른 선택에 가까웠다. 실제로 그는 사랑과 권력을 분리해 사고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사망 직전 유언장에서는 옥타비우스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럼에도 그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실질적인 권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모든 흐름을 보면, 클레오파트라가 단지 미모로 카이사르를 사로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에게는 그녀의 정치적 자질과 통치자로서의 잠재력이 분명히 보였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성이 파라오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클레오파트라는 두려움과 불안을 안은 채 카이사르를 만나지만, 점차 이집트를 통치할 준비가 된 지도자로 변모한다. 그 변화의 과정이 감정선과 정치 전략 위에서 교차하며, 쇼는 이 서사를 통해 클레오파트라가 가진 지성과 통치의 책임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든 클레오파트라를 단순한 요부로 기억할 수 없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는 우리가 오해했던 여인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진짜 성장 서사다.
@woojoos_story 모집, 히스토리퀸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역사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