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조지 프리드먼 지음, 손민중 옮김, 이수혁 감수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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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해가는데다 그 변화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기까지 하다. 과거의 변화가 비교적 선형적이었던 것에 비해, 미래의 변화는 1차방정식 형태의 회귀선으로 회귀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제 현명한 사람들은 쉽게 미래를 점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미래를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래에 관심이 많다. 현재가 복잡하고 불안하여 미래가 더 불투명해질수록 그 관심은 더욱 커질 듯 하다. 

그런데...  

조지 프리드먼은 무려 100년을 예측한 책을 냈다. 게다가 이 책은 한 국가의 한 분야가 아니라 전세계의 미래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10년 전쯤 읽은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문명의 차이, 문화의 상이함이 지나가는 단층선에서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단순함이 가져오는 명확함에 열광했고, 다른 사람들은 차이가 분쟁을 낳는다는 단순한 논리를 공박했다.

9.11을 비롯한 국제 테러는 종교적 외피를 두르고 있었으며, 실제로 그 행동을 한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가치들이 세계로 퍼져나감에 따라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같은 것 말이다. 그들의 눈에는 미국적 사고와 생활문화는 강력한 위협 요소였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 문화적 차이는 흔히 일어나는 분쟁을 몇퍼센트나 설명할 수 있을까? '문명의 충돌'을 읽던 중에 책 옆 여백에 "돈은?" 이라고 써 놓은 흔적이 있다. 요즈음에는 사람이고 국가고 명분보다는 실리에 좌우된다. 국가들을 움직이는 것은 사실 '국익'이라는 포괄적인 상위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조지 프리드먼은 향후 100년의 국제관계를 (과감하게) 예측함에 있어서 철저하게 '국익'이라는 잣대를 사용한다. 문명과 문화라는 변수는 그 역동성이 국익이라는 변수보다 변화가 덜하다. 문화는 시간을 두고 아주 천천히 변하는 반면, 국익은 시시각각 바뀐다. 이런 점에서 프리드먼은 헌팅턴보다 더 복잡한 분석의 툴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그 국익에는 문화적 차이라는 변수도 포함되어 있다.)

단, 모든 국가가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이면의 전제 조건은 '지정학적 위치'이다. 생물학은 운명이라고 했던 것과 같이, 프리드먼의 분석에 있어서 지정학적 중요성 역시 일종의 운명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서론이 길었다. 조지 프리드먼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패권을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관점은 다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문명은 아직 젊은 문명이며, 여러가지 조건에 의해 미국의 패권은 향후 100년간 비교적 굳건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해양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과, 아직도 너무나 강력한 미국의 군사력이 그 조건이다.

반면, 현재 Big2라고 여겨지는 중국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며 2020년이 되기 전에 몰락한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수출에 의한 고성장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과 같이 중국 내부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여 내실을 다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진단한다. 향후 성장의 크기가 줄어들면, 페달을 밟지 않는 자전거처럼 비틀거리며 쓰러질 것을 예측하고 있다. 해안지방과 내륙지방의 불평등이 가져오는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해안 상업도시들은 향후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일본과 연결되고, 이용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전세계를 움직이려는 미국은 한 지역에서 패권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혼란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전략을 사용하는데, 중국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일본을 견제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도 그 잠재력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의해 일본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묘사되고 있다. 통일은 2020년 이전에 될 것이라고...) 

유럽은 어떠한가? 유럽의 떠오른 강대국으로는 터키와 폴란드를 들고 있다. 이슬람 세력의 구심점이 될만한 지정학적 위치와 인구, 경제력을 갖춘 나라는 아무래도 터키 밖에 없으며, 실제로 터키의 경제력은 강해지고 있다. 

폴란드는 강대국 터키의 견제세력으로 미국이 지원하는 국가이다.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서 고난을 당해왔는데, 비로서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분열을 통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또다시 폴란드는 전쟁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진단도 덧붙여 진다.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고 씌여지던 생생한 미래세계사는 2050년이 넘어가면서는 슬쩍 SF장르로 변신된다. 과거 해양을 지배하는 것이 강대국의 조건이었던 것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범위가 우주로 넓혀지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의 분석들은 힘이 있다. 저자의 자신감과 확신에 찬 말투 때문에 솔깃한 면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시각과 밑자료들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의 세세하고 솔깃한 분석을 보고 싶다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도 좋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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