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가다 - 20인의 건축 거장, 삶과 건축을 말하다
한노 라우테르베르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현암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포스팅 제목만 보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건축가라고 착각하면 안된다.ㅋ 읽은 책의 제목일 뿐이다.

(실제로 여행지에 가서 건축물을 둘러보고 쓴 글이 많아서 건축가 혹은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느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건축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그 수준이 아주 초보적이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때는 순서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창작물과 창작자를 서로 연결시키는 수준에서 시작된다.

아기들이 그림카드와 글씨를 맞춰나가거나, 중학생들이 세계문학전집의 제목과 작가를 일치시킨다거나,

클래식 음악의 멜로디를 듣고 누구의 작품인지 맞추는 고등학교 음악 시험과 같다. 

'좁은 문'을 앙드레 지드가 지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로 대접받았던 중학교 1학년 때 멋적은 기억이 있다.

읽지도 않고 대접을 받은 것이 창피해서 집에가서 책을 읽었었다. 지금도 제롬과 알리샤 밖에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가진 건축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제 그 초보적인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나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 건축물은 어떤 건축가가 지었다는 것을 아는 수준에서, 이 건축은 좋다거나 별로라거나 좋은데 내 취향은 아니라거나 하는....

창작자의 명성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호/오의 감정을 피력할 수 있고, 그 감정을 나름 설명할 수 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건축가다'는 건축물과 건축가를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정도의 초심자들에게 괜찮은 책이다.
20명의 거장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주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어서 dog-ear 해 놓은 부분만 소개해 볼까 한다.

- 나는 풍경 속의 사물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냇물과 언덕, 언덕과 들판이 대화하는 거죠. 우리의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건물들이 서로 말을 해요. 내 건축물 속의 여러 사물이 차렷 자세로 서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귄터 베니쉬 46페이지.

- 건물을 전시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건물이 구경거리가 되느 시대는 끝났죠. 게리, 하디드, 칼라트라바의 시대는 지났어요. 테러나 그 밖의 끔찍한 TV화면을 보면 건축은 이제 더 이상 이미지에 모든 것을 걸 수 없어요. 마치 이길 수 없는 경기 같아요. : 피터 아이젠만 70페이지.

- 오늘날에는 우리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마지막 이념, 즉 시장 개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돼요. 15년 전에는 건축가가 공공 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게 당연했어요. 건축가들은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죠. 국가가 건축에서 손을 떼자 점차 건축의 사회적 사명이 사라져 버렸어요.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민간 부문에서 나오고 있죠. 고객들은 건축을 광고의 한 형태, 이윤을 창출하는 원천으로 볼 뿐이지 그 외의 것은 신경쓰지 않아요. : 렘 콜하스, 169페이지

- 로테르담에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게 정돈되고 똑바르고 깨끗했어요. 끔찍할 정도로 지루했죠. 그때 나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곳의 모든 것이 얼마나 임시적이고 미완성이었는지를 알았어요.얼마나 생기가 넘치는 혼란이었는지! : 렘콜하스 178~9페이지.

-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 있어요. 그래요, 건축가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해요. 하지만 그러한 명확함은 마음 속에서 찾아야 하지요. 사람들이 집착하는 컴퓨터에는 누군가가 입력해 둔것들만 들어있으니까요. : 파리이 오토 , 225페이지

- 그로피우스나 그 동료들의 작품은 모두 너무 엄격하고 종종 무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끄러워요. 실용적이지만 재미가 없죠. 그래도 그로피우스가 미스 반데어로에보다 더 자유로워요. 미스 반데어로에가 지은 일리노이 공과대학 건물보다 더 지루한 건축은 본적이 없어요. 그 건물들은 설계로만 이루어져 있고 형식에 얽매여 꽁꽁 얼어붙어 있죠. 난 정말로 그 지루한 격자 체계에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르코르뷔지에의 건물은 어느 누구의 건축물보다 편안하고 인본주의적이었어요. : 이오 밍 페이, 240-241페이지

- 건축에 대한 내 생각은 항상 아주 실제적이예요. 울림이 있고 여운을 남기는 자재를 좋아해요. 몇주전 안드레아스 슈타이어의 인터뷰를 읽었어요. 왜 슈베르트의 음악 연주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슈베리트의 음악은 과시하지 않고 늘 친밀감이 느껴진다고 대답했어요. 아하,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죠. 물론 이따금 겉으로 드러내는 게 필요해요. 도시 개발에서는 과시가 필요한 요소죠. 하지만 나는 친밀감을 좋아해요. 친밀감은 솔직함을 의미해요. : 페터 춤토르, 26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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