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 한강의 이 소설들은 뭐랄까?

독자를 슬프게 만든다.

주인공들은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제목과 같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다 식물성이다.

제 몫의 먹이감과 욕망을 찾아 헤매이는 동물이 아닌...

기름진 먹을 거리들을 거부하고,

바스락 말라가는 시든 식물과 같은...

햇빛을 보고 광합성을 통해 최소한의 삶을 이어가는...

시들어가는 식물과 같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자기가 사는 곳에 뿌리를 박고 있는 식물과 같은...

 

오래된 나무등걸과 같은 어머니들.

예민한 감수성으로 가슴깊은 상처를 안고 가는 주인공들.

그들의 관계는 그저 하나의 우연에 지나지 않고,

그들의 삶은 세상에 던져진 철저하게 닫혀있는 하나의 작은 우주다.

그들에게는 고통이 자연스럽고, 아픔이 일상이어서 그저 서늘하게 쓴웃음을 웃는 것이 전부다.

도시의 뒷편에서 시들어가는 식물인간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은 수많은 욕망과 속도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동물 인간들의 팽팽한 근육에서...

단지 얼마간의 수분을 제외한 모습과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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