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사회의 일상문화코드
박재환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한국사회의 일상문화코드.

일상생활연구회에서 펴낸 책이다.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은 나름대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일종의 연구회나 학파를 이루어 새로운 성과를 내는 작업들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인데....

이 일상생활연구회는 '일상'이라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벌써 몇차례 책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수많은 일상 중에 뽑아낸 주제들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1. 현대 한국인의 생활원리
2. 새로운 인간유형 : 호모 디지토 로쿠엔스
3. 출산은 파업 중
4. '일등품' 유아 만들기
5. 혼자 노는 아이들
6. 욕망과 질주의 10대들
7. 대학은 없다
8. 좌초하는 모노가미
9. 불안과 혼돈의 잡노마드
10. 키덜트, 사주카페, 로또
11. 몸살 앓는 몸
12. 관광이 넘쳐나는 사회
13. 돈의 매트릭스
14. 자살 바이러스
15. 빠른 정년, 연장되는 노년
16. 죽음을 삽니다

 

한국사람의 일상을 인간의 탄생과 성장, 죽음에 이르기까지 살펴본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발상이지만, 가장 수긍할만한 생각의 틀이라 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작업이라는 점도 좋고, 그 결과물들을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도 좋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적다.

대부분 신문과 TV를 접해서 얻는 편향된 정보들 뿐이다.

인터넷의 경우도 몇몇 포털사이트들의 자극적인 기사들 뿐이고...

 

그렇다면, 새롭고 정당한 시각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학교에 있는 지식인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채널이란 대체 뭔가?

신문이나 잡지에 구걸하듯 얻어내는 칼럼? 기업이나 단체로 부터 얻어내는 강연회?

글쎄...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이러한 채널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고,

대중들도 그들의 시각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닭과 달걀의 문제겠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일상생활연구회의 일상성에 대한 관심과 탐구,

그리고 출판은 굉장히 좋은 방향이고, 멋진 노력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짚고 넘어갈 것은 이 책의 내용이 갖는 수준이다.

많이 아쉽다.

거대담론은 효용가치가 없어서... 이제 죽었다! 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서양인들이었다.

그들은 미시문화사를 비롯한 일상에 대해 주목했고...

일상에 대한 탐구들은 역시 그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에 수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커다란 이야기들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사고했는가?

그리고 나서 아! 이것보다는 일상에 주목하는 것이 맞겠구나! 라고 인식했는가?

큰 이야기에는 입도 뻥끗 못해보고 작은 이야기가 가치있다고 해야하는 건가?

 

게다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일상에 대한 것들도 너무나 덜 창의적이다.

수준은 신문이나 주간지 기사들을 모아놓은 정도이고,

그 앎의 방법 역시 신문에서 얻은 자료들을 나열해 놓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그들의 앎의 결과물은 너무나 일상적이지 않은 거대한 방식(역사적 사건에 의한 불분명한 억지 추론 혹은 지나치게 구조적인 방식과 같은...)이다.

 

국문학자 김인환 선생은 자신의 앎을 소설로 쓸 수 있어야 진짜 앎이라고 했다.

이렇게 일상 속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연구는 보편적인 이론과 서로 상통해야 한다.

(작은 이야기와 큰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물론 경계해야 하겠지만....)

 

일상생활연구회의 연구 방향성을 높이 평가하되, 이제 그 내용에 대한 분발을 촉구한다.

Please be free from the stereotyp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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