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 터키의 옛 노래.

 

하루키가 <먼 북소리> 첫 머리에 인용한 글이다.

 

오늘같이 찌는 더위에 낡은 외투를 입는다는 구절은 무시무시 하지만....

"북소리에 이끌려, 긴 여행, 모든 것을 뒤로한...." 등의 단어들은

복날 내민 개 혓바닥처럼 늘어진 내 정신 속에 미묘한 울림을 준다.

 

주중에는 빨간 날을 기다리고, 정작 빨간 날은 어디갔는지 저만치 사라져가고....

이 시대에 유일하게 허용된 일(상)탈(출) 모습을 한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적이 과연 언제던가?

저 먼 곳에서 들려온다던 그 북소리는 대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서울시와 국가정보원에서는 그 먼 북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버스와 지하철에

굉음기를 달아놓는 음흉한 음모를 실행 중인 것은 아닐까?

 

여행은 시간과 경험을 압축하는 행위이다.

미지의 곳에서 낯선 것들과의 우연한 만남.

이런 것들을 기억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기억들을 끄집어 내서 활자화 하고, 그것은 또 다른 경험의 물질적, 정신적 토대가 된다.

시원한 한줄기 바람과 같은 선순환.

머릿 속에 이런 공기청정기 하나씩 달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도시인들이 사는 현실의 삶은 참 안타깝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고정비율 Reinforcement.

도심에서 태어난 내게는 일필휘지로 휘둘러 쓸 귀거래사조차 없다.

닭고기 가슴살 마냥 퍽퍽한 인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