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벽안의 외국인이 바라본 대한민국의 모습은 참 안타깝게 정확하기도 하다.

아니 그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다. 그는 귀화했고, 그는 이제 한국인이다. 하지만 한국인인 그에게 있어 아직도 대한민국은 어디까지나 "당신들의 대한민국"일 뿐이다. 이 날카롭고, 진지한 러시안이 귀화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코리안이 되었다고 일러주고 나서 "토종 한국인"들에게 "이 사람이 과연 한국사람인가?" 라고 물어보면 과연 몇 퍼센트나 그가 한국인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재래시장의 인심 후한 나물파는 할머니의 마음을 가지고 헤아려 보아도 채 3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또 그것에 대한 무한한 동경.
자유에 대한 갈망과 또 그것에 대한 부담.
폭력에 대한 적개심과 또 그것에 대한 일상화.

이처럼 하나의 대상에 대한 괴팍한 전국민적인 양가감정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이면서 박노자인 이 책의 저자에게 있어서 언제나 풀 수 없는 숙제와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런 난해한 문제에 대한 생각들이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익숙한 것은 절대로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입된 채로 익숙한 채로 남아있다면, 절대로 새로운 인식은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박노자가 보기에 한국인은 익숙한 것에 대해서 의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정말 그런지 일상적인 권위주의와 맹목적인 패거리주의를 낯설게 보자.

낯선 것을 두려워 하거나 신비화하면, 정확한 인식은 생겨나지 않는다. 남의 장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을 부여잡는다면, 절대로 긍정적인 창조는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박노자가 보기에 한국인은 낯선 것을 이해하고 용인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정말 그런지 눈먼 국가주의와 지독한 인종주의를 익숙하게 바라보자.

이제 대한민국은 익숙한 것은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할 때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우리들의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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