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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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해 민감하게 해주는 과장과 유머 섞인 독설


"움베르토 에코! 이 세계적으로 공인된 천재는 얼마나 삶이 고달플까? 그 천재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거의 다 바보처럼 보일테니까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세상의 바보들이 갖는 삶의 편안함을 놓치고 있는 그야말로 바보일 지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초반에 든 생각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남들은 볼 수 없는 그런 시시콜콜한 모든 바보같은 일상에 하나하나 반응해야 하는 그의 삶은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이러한 생각은 깨지기 시작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천재임에는 틀림없었는데,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 `웃으면서 화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웃으면서 화를 낸다....` 일견 있을 수 없어 보이는 이 표현은 그의 과장과 유머가 가득한 독설을 통해 실현된다. 이런 방법으로 세상의 은폐되었던 허구와 거짓들, 바보같은 관습들은 웃음과 함께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세상의 거짓들에 대한 에코의 공박이다.

- 신안상품을 구매하는 방법 : 바보같은 신상품에 대한 날카로운 비웃음.
- 도둑맞은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는 방법 : 이탈리아의 관료제도도 우리와 비슷한듯...
-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법 : 획일성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
- 셰틀랜드의 가마우지를 가지고 특종기사를 만드는 방법 : 환경오염만큼 우서운 마음의 오염.
- 시간을 알지 못하는 방법 : 본질을 벗어난 허구에 대한 질책.
- 서부 영화의 인디언 역을 연기하는 방법 : 서구 중심주의는 이미 남의 것이 아니다 !
- 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 : 재미있는 발상과 기발한 끝맺기.

모든 일들을 어떻게 그렇게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을까? 그는 세상을 겹겹, 층층의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파리나 잠자리의 겹눈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그냥 사람의 눈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세상을 낯설게 보는 시각을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
을까?

사진 작가 김희중씨는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전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기라는 또 다른 눈이 그를 천재 저널리스트로 만든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시각. 그리고 그것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태도야 말로 진정한 천재의 풍모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천재가 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버스 밖으로 배경으로만 지나가던 세상이 이제는 약간씩 전경으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바보스런 세상을 발견했다. 이제 웃으면서 화내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이 생각만큼 쉬울 지는 아직 의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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