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삶의 심리학 강의

 25550일! 운좋게 70년을 살아간다면 보낼 수 있는 나날을 계산한 숫자이다. 몇 억이니 몇 백억이니 하는 숫자가 그렇게 귀에 익은데 우리가 살아가는 날은 불과 2만 5천 날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잠자는 시간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자투리 시간, 너무나 어려서 자의식을 갖지 못하는 시간, 늙어서 몸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지도 모르는 시간을 빼면, 인생이란 그냥 그렇게 보내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저자는 책의 초반부 ‘일상의 구조’에서 이렇게 겁을 준다. 귀를 기울이게 하는 데는 적절한 경각이 필요한 법이고,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심리학자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한 이야기는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유한하게 주어진 시간을 값지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저자가 명쾌하게 제시하는 해답은 바로 ‘몰입의 경험’이다. 객관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고, 인간의 의지가 들어가 조절 가능한 것은 바로 주관적인 시간의 경험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르겠다. 몰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밀도있게 향유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일과 놀이 인간관계라는 일상의 중요한 모든 영역에서 몰입의 경험은 행복과 자기 발전을 보장하는 핵심이며, 그 자체로 행복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몰입이 가진 다른 면을 간과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예를 들면 몰입이 가지는 부정적인 측면 말이다. 몰입은 자아를 망각하는 도피처로서의 기능을 할 수도 있다.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고독의 시간들을 두려워 하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것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저자는 역시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는 대가였다. 몰입의 경험의 중요성만큼이나 몰입의 능동성이나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누구나 고독을 감내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으며, 몰입의 종류도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것을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TV를 보는 행위는 어떠한 노력도 필요없이 몰입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수동적 몰입이다. 이런 수동적 몰입은 자기 발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그 자체로 행복감을 주지도 못한다. 이 책은 인생에서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려주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데 구구절절 옳은 이 책은 한편으로는 그 논의가 지나칠 정도로 건강해서 이 책으로 몰입하는데 방해요소가 되기도 했다. 옳은 것은 알지만 행하기 쉽지않은 것들을 강조하는 것이 독자들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능동적 몰입의 경험은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바로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누구나 몰입의 경험을 잘하고 있다면 이런 내용의 책이 나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이 책의 내용이 적용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교적 획일적인 가치가 추구되는 문화에서는 내적인 동기가 중요한 ‘몰입의 경험’에 있어서 경쟁이라는 외부 요인이 끼어들기 쉽다. 다 똑같은 것에 몰입한다면 그 대상이 지닌 한정된 가치를 놓고 다투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 놓고 자기가 원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도록 사회의 가치가 다원화되고, 기본적인 복지가 수행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몰입이 행복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면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일 테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말 .......

‘Csikszentmihalyi ’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난감한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저자는 개인적으로 내게는 ‘학문적 할아버지’이시다. 어느 날인가 이 분의 다른 책인 ‘The meaning of things’를 앞에 놓고 저자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분분한 의견이 날아다녔는데, 그 언쟁에 종지부를 찍는 선배의 한마디. 

“칙센미하이가 맞아! 야 너희들은 어떻게 지도교수의 지도교수를 모르냐?” 

이분은 나의 지도 교수님의 지도 교수님이었다고 하니 내게는 ‘학문적 할아버지’가 분명하다. 「몰입의 즐거움」을 읽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내게 존재하는 이 분의 생각을 발견하는 일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