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자신이 프랑스 국민이라는 사실을 싫어했던 플로베르는 국적을 부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출생지나 선조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장소를 따지자는 것이었다. (여행의 기술, 136쪽)

자신이 선택할 수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불복종은 새롭다. 대체로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은밀하고 교묘한 강압과 복종의 계략이 숨어있게 마련인데....

예를 들면, 전혀 근거없는 부분에 대해 가해지는 애국심, 화목한 가정에 대한 강요, 때때로 건조한 날씨에 들불처럼 타올라야만 하는 민족에 대한 자긍심, 성별에 따른 행동 역할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 귀스타프 플로베르, 당연한 것을 생각없이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 A+

2.

"나는 나의 활동에 보탬이 되거나 직접적으로 활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나를 가르치기만하는 모든 것을 싫어한다."

(여행의 기술, 156쪽)

괴테의 문장을 니체가 인용한 것이란다. 소문난 두 천재들의 입장에 있어서 삶에 의미가 되지 않는 것들을 배우는 것은 정말 따분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을테다.

(물론 나나 이 문장에 동감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천재인 것은 아니지만...^^)

니체가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서 읽어낸 '초인'의 개념은 현상학적 의미와 영감, 삶을 고양하는 활력으로 가득찬 무한히 확장하는 아름다운 존재일테다.

: 프리드리히 니체, 똑똑하고 비판적이고 성실함 A+

3.

훔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 준다.
(여행의 기술, 168쪽)

1769년 생 훔볼트의 질문은 모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틀에 박힌 것이긴 하였으되, 그의 호기심에서 발견된 수많은 기록과 해답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한 것들이었다. 전방위에 걸친 이 엄청난 호기심의 量! 존경할만하다.

(훔볼트의 질문방향과 해결방안은 동시대를 살다가신 다산 정약용(1762년생) 선생과 거의 흡사하다. 이에 비하면 두분보다 선배이신 연암 박지원(1737년생) 선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때때로 세상을 향한 '올바른' 질문은 커녕 어떤 문제점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 알렉산더 폰 훔볼트, 올바른 질문과 호기심, 그 열정 A+

4.

콜리지는 워즈워스의 초기 시들을 돌아보면서, 그 시에 나타난 천재성을 이렇게 규정했다.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관습적인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 앞의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초자연적인 것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맛보게 하는 것. (여행의 기술, 206쪽)

5.  
숭고함은 우주의 힘, 나이, 크기 앞에서 인간의 약함과 만나는 것이다.  (같은 책, 226쪽)

6.
"맙소사, 어떤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그 그림들은 제재를 전혀 옳게 대접하지 않았더군. 여기에서는 내가 할일이 많아." (같은 책, 258쪽)

 고흐의 말이다. 광기어린 천재로만 여겨졌던 사람들의 천재성 뒤에는 세상에 대한 진지함이 있다. 천재성도 역시 받아들여지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에는 완전히 고립된 천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7.
아름다움의 소유에 관하여 라는 챕터 전체 중에 존 러스킨의 생각들 모두. 

"자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데생을 가르치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것을 가르치려 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같은 책, 300쪽) 로 대표되는 그의 생각들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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