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휘소 평전 (양장) -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의 삶과 죽음
강주상 지음 / 럭스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는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아까워서 네트워크를 끊고, 팬티가 썩도록 물리학에만 몰두한 이론물리학자 이휘소. 소립자 물리학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석학의 반열에 오른 천재. 더 기대되는 날들을 앞에 두고 마흔을 갓 넘어 안타깝게 스러져간 인물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을 공부했기에, '사물의 이치'를 연구했던 그에게 은근한 친근감을 느끼면서도, 그가 이룬 업적이 과연 어떤 것인지는 감조차 잡지 못하겠다. 아마도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할텐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이휘소라는 이름을 알고 있을까? 그것은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대중성에 영합한 한 작가의 소설에 그가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휘소 평전'의 작가 강주상은 이휘소의 제자였다. 그는 같은 물리학자로서 이휘소가 이룩한 업적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 외에도, 박정희의 군부독재를 싫어해서 귀국조차 하지 않았던 이휘소의 생각과 행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가지는 대중성의 힘은 참 은밀하고도 강력한 법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휘소 평전"이라는 제목 외에도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의 삶과 죽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출판사(혹은 저자)는 이휘소가 한국사람이었다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휘소는 그 자신의 주된 업적을 미국에서 세웠고, 그 업적의 토대가 되는 교육도 미국에서 배웠다. (물론 한국에서의 기초 교육이 있었지만, 그것은 교과서를 독학하는 수준이었고, 그의 천재성을 깨운 것도, 천재적 업적을 인정한 것도 미국이었다.) 다시 말해, 이휘소는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가 아니라, 다만 한국인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였던 것이다.
물론, 그가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고, 한국의 후학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기도 했지만, 그 모든 행동들은 국가나 민족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단지 물리학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한국사람도 미국사람도 아닌 물리국(物理國)의 국민이었을 뿐이다.
물리학자 이휘소의 천재성과 노력, 그가 알아낸 새로운 모든 지식들에 대해서 경의를 표한다. 그가 명석함과 집념으로 이루어낸 학문적 성취들과 같은 것이 후학들에 의해 모든 학문의 영역에서도 성취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학문적 성취들이 흔하디 흔한 경제적 성공과 비교해서 엇비슷하게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자라나기를 아울러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