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90년대 중반 영화감독 장선우와 함께 한국의 문화계를 뜨겁게 달구던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대형서점에서 훑어보고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이 되려면, 정말 사통 팔달의 지식이 쌓여서 어떤 저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던 막힘없이 이해하고, 명석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여야 하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 독서일기 시리즈의 연장 선상에서 '공부'라는 책이 '인문학 부활프로젝트'라는 다소 거창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부제를 달고 나왔다. 저자의 인문학적 관심은 주로 사회심리학적인 것으로 주로 국가나 민족과 같은 조직과 그 조직의 이념, 그리고 개인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나 박정희나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에 관련되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환경을 만들어 간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사회심리학의 가장 큰 발전을 촉발한 것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었으며, 특히나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유태인들의 망명과 그들이 행한 나치즘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까지 인간을 이해하는데 많은 통찰을 던져 주고 있다.)

 

장정일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빚어진 사고를 주입받아왔는지를 밝혀 낸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 들며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와 같은 내용들의 이면을 깊이있게 살펴보고, 진실을 파헤친다. 아마도 그 정치적 선전들에 의해 조형된 장정일씨 또래나 그 윗 어른들은 이 책을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몇십년 간 머리에 담고, 가슴으로 긍정해 왔던 앎의 내용들이 진실보다 거짓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고 마음편한 사람들은 없을테니까....

 

아래 내용 중 하나라도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면, 같은 주제에 대해 적어도 2권 이상의 책을 숙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낸 장정일의 공부를 엿보길 권한다.

 

- 양심적 병역 거부 / 한국 남성에게 군대는 당연한 것인가?

- 조선시대의 명분과 실리 / 한국의 송시열과 중국의 이종오를 비교해 보면?

- 천재가 탄생하는 배경 /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인가?

-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 미국의 가치는 진정 무엇인가?

- 시오니즘에 대한 말끔한 정리 / 이스라엘은 어떤 의미로 표상되어야 하는가?

- 한국 근대사의 폭력적 성질 / 조봉암은 왜 선거운동을 하다 말고 숨었어야 했나?

- 나치즘에 대한 명상 / 니체와 바그너는 나치즘의 기원인가? 하이데거는 어떤가?

- 다국적 기업을 위한 세계 / 촘스키의 주장은 단지 과격할 뿐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 독재자의 심리적 기제 / 역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개인사로 환원될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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