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PDP는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Plasma Display Panel 보다는 Paul DePodesta를 뜻하기도 한다.

Paul DePodesta는 누구인가? 그는 1972년생 하버드 경제학과 석사 출신이며, 오클랜드 에이스라는 팀에서 단장 Billy Beane을 보좌하던 보좌관이다. 몇년 후 LA 다저스의 단장으로 취임한 후 플로리다의 최희섭을 데려왔다. 4경기에서 7홈런을 치고, 1경기에서 볼넷 4개를 고르기도 했던 최희섭은 PDP가 야구판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과 코치에 의해 쫓겨나자 보호막을 잃고,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된다.

머니볼은 말그대로 돈과 공이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야구와 경제학이랄까? (더 어려워졌나?)

뉴욕 양키스에는 한시즌에 2500만불을 받는 선수가 있는데, 1800만불을 받는 선수도 있고, 1300만불을 받다가 트레이드 된 선수도 있다. 반면 빌리 빈이 단장으로 있는 오클랜드와 같은 스몰마켓의 가난한 구단주(?)를 가진 팀은 전체 선수구성을 5000~6000만불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데릭 지터와 디트로이트로 쫓겨난 개리 쉐필드의 몸값만 더해도 오클랜드 전체선수들의 몸값을 훌쩍 넘어간다. 그럼에도 오클랜드는 정규시즌에서 양키스 못지 않은 승수를 쌓는 구단이다. 이 상식에 벗어난 놀라운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가? 마치 영화나 소설에나 나올만한 일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머니볼이라는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라는 마술같은 팀에서 어떤 마술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본 후에 머니볼이라는 책을 썼다. 그것도 상당한 문학적 재능과 함께.
책 속에서는 공을 좋아하는 야구팬들은 물론 돈과 효율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도 놀라운 사실이 펼쳐진다. 더구나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창조된 가공의 인물들이 아니다.
(MLB.com에 가본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인 제레미 브라운, 닉 스위셔, 채드 브래드포드, 스캇 해티버그, 레이 더햄의 커리어 스탯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빌리 빈과 폴 데포데스타, 빌 제임스 등등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야구는 심오한 운동이다. 근육질의 선수들이 루를 훔치고, 홈런을 쏘아대며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런데 빌 제임스라는 야구광은 박스스코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몇십 페이지짜리 책을 만든다. 그리고, 매년 발행하는 그의 작은 책이 담은 통찰이 빌리 빈이라는 단장과 PDP라는 보좌역에 의해 실행된다.

그 팀이 바로 오클랜드 에이스다.

그들은 야구를 원점에서 다시 본다. 야구는 3번 아웃될 때까지만 기회가 주어지는 경기다.

그런데 야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조차 이 아웃의 개념을 너무 가볍게 여겨서 도루하다 횡사하고 희생타로 아웃카운트를 낭비한다. 아웃이라는 개념을 가장 소중하게 다루는 수치는 바로 출루율이고 이 간단하지만 명확한 개념을 중요시하는 팀이 바로 오클랜드다. 그들은 실제로 출루율은 좋으나 몸매나 나이 등 외적인 가치는 형편없는 사람들을 모아 엄청난 승수를 거두고 있다. 
 
이 간단한 진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에게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오클랜드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의 이런 외면 때문에 가능하다. 150km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와 뚱뚱한 포수, 나이많은 1루수들을 높게 평가하지 않기에 이들의 몸값이 싼 것이고, 이런 싼 선수들이 가진 숨은 장점들을 모아 승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이는 것 뒷편에 있는 진실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머니볼은 어쩌면 동양적이다.

그들의 룰은 공동의 승리를 위해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개인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투수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나쁜 공은 치지 않고 4구를 높게 평가한다. 실제로 이러한 은근과 끈기(?)는 동양 야구의 덕목이다. (희생타의 경우는 제외해야 할테지만....)

난 야구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진보와 보수, 통용되는 생각과 진실과의 거리, 문화적 차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통계적 추론의 정확도에 대한 생각,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자세 등등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야구는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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