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 - 살림의 그물 11
E.F. 슈마허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 그물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수많은 저자들이 '자발적 가난'에 대해 한 이야기들을 엮어 놓은 책이다.

자칫 흔한 명언집과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엮자(편집자)는 자신이 공감한 남들의 표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간디, 이반 일리치의 글을 읽다가 밑줄을 긋고, 이 가슴 절절한 밑줄들을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책은 '강요된 부유함'에는 강조를 의미하는 밑줄의 위치를 약간 올려 삭제를 의미하는 가운데 줄을 긋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떻게 이 사람들은 부유함에 밑줄이 아닌 가운데 줄을 그을 수 있는가?
오늘날과 같이 돈=자유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시대에 어떻게 돈을 포기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자발적 가난은 생각보다 꽤 오랜 전통을 가진 깨달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자신의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난은 자유를 억압하는 장애물이자 부자유의 근원인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이 책에서 말하는 가난이라는 가치는 빈곤과는 다른 개념이다. 말장난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빈곤은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절대적으로 궁핍한 상황을 말한다.
반면, 가난은 스스로가 소유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부자유보다는 단순하고 집착을 놓아버린 삶을 선택한 것을 말한다.

가난을 빈곤과 혼동하지 말자, 우리는 결코 빈곤을 이상화할 수 없다.
이 세계에 만연된 빈곤은 삶의 질을 가장 강력하게 위협하는 현실이다.
흔쾌히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가난은 우리 무명의 가장 지독한 오점과 그것이 야기한 온갖 복잡한 불행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킨다.(밀드레드 빈스 영, 39페이지)

사람들은 형벌로서의 가난과 자발적 가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가난의 희생자와 가난의 정복자는 아주 다른 것이다. 전자는 빈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후자는 성 프란체스코가 명명한 대로 성스러운 가난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도로시 데이, 34페이지)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접하고서야 우리가 생각없이 행하고 있는 헛된 노력을 깨닫게 된다.

질문 :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가? 얼마만큼 다르게 살 수 있는가?"(찰스 라이히, 217페이지)
"항상 미래에 닥쳐올 불행을 염려하는 것이 정말로 현명한 것일까?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재앙을 고민하느라 현재의 즐거움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은 과연 신중한 것일까?" (버트런드 러셀, 161페이지)

답변 :

현재의 우리는 "물질은 인류 위에 올라타서 그들을 조종한다." (에머슨, 77페이지)는 에머슨의 예언 속에서 허덕이는 것 같다.

"살 속 깊이 파고든,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알 수없는 가려움증. 전신을 짓누르는 부자가 되고 싶은 목마름" (호라티우스, 87페이지)을 가진 지독히 가렵고, 목마르고 메마른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_-;;

"부자는 더 많이 소유한 자로서 그의 즐거움을 모조리 소유에 바친다." (에크하르트, 59페이지)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행복한 삶의 해답을 가지고 있었을까?

뭉쳐있는 부는 죽음이지만, 흩어져 있는 부는 생명이다. (알렉산더 포프, 60페이지)

생태적으로 정상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삶이 좋은 삶이며, 단순함, 검소함, 상호 존중이 삶을 좀더 자유롭고 존중받을 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테오도르 로자크, 213페이지)

복잡함의 한가운데 있는 초월적인 무심함의 수용을 일본어로 '와비'라고 부른다. 가난하게 사는 것은 세속적인 것(부와 권력과 명예)에 매달리지 않으면서도 시간과 사회적 제약을 넘어 어떤 내면적인 존재를 느끼는 것이다. 와비에서 가난의 정신이 결여되면 빈곤이 되어버린다. 와비는 아마 가난을 능동적이고 미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D.T. 스즈키,218페이지)

최대한의 이익을 위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대신에 최대한의 자유를 줄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다. (시몬 베유, 187페이지)

그대가 받는 보상은 그대의 행동 그 자체이다. 집착없이 일하는 이는 드높은 것을 얻나니! (바가바드기타, 180,183페이지)

이 서평을 읽으시는 분들.... 집착의 끈을 놓고, 단순하고 건강하며, 적게 소유하고 많이 깨닫는 삶을 살아볼 의향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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