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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관계심리학 ㅣ 살림지식총서 279
권수영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평점 :
객관적 사실이건 윤리적 기준이건 과학적 진리건 그 무엇보다 관계가 가치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행동수행의 가장 큰 근거인 지독하게 관계지향적인 사람들을 자주 본다.
관계에 대한 맹목적인 순응..... 지켜보기에 혹은 같이 일하기에 아주 피곤하다.
권수영의 <한국인의 관계심리학>이라는 95페이지의 짧은 책에는 관계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한 저자는 관계에 대한 정의를 문화적 맥락에서 시도하고 있다.
'관계'라는 개념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심리학적인 개념들이 문화적 맥락에서 검증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런 비교 문화심리학에서도 '관계'라는 개념은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속성 중 하나인 것 처럼 보인다.
연구된 결과부터 말하자면,
미국 등 서구문화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개인의 기질 문제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 등 동양문화에서는 주어진 상황이 미치는 영향력에 훨씬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13페이지)
미국 사람들의 이러한 경향을 "알렉스 트리벡 효과"라고 부르는 데 알렉스 트리벡은 유명한 퀴즈프로그램 제퍼디의 진행자 이름이란다.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정답을 알고 있는 상황을 잊은 채 알렉스 트리벡을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4페이지)
이러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관계에 집착하는 동양사람들이 서양인들의 기준에는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일화들이 계속 등장한다. 이 일반적인 해석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의 틀로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해리 트리안디스의 Independent self of constral(서양인의 자기개념) - Interdependent self of construal(동양인의 자기 개념) 부터 경계와 관계, 물과 피 등 여러가지가 개념과 상징이 등장한다.
관계와 경계라는 두가지 개념으로 설명하는 틀은 운도 맞고, 설득력이 있었다.
개인들은 모두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나와 내가 아닌 것의 경계가 여러 측면에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서양인들에게는 이러한 경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이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는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경계가 비교적 모호하고 그것들의 관계 혹은 관계의 맥락속에서 형성된 경계가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내용이다.
저자가 변증법적인 해결책으로 제안한 "관계적 경계"라는 개념은 조금 고루했고, 뻔한 수순에 의해서 너무 쉽게 도출되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국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심리를 문화적 맥락에서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미덕을 갖는다고 하겠다. (책 가격은 스타벅스에서 가장 싼 메뉴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