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스 포커 - 월가 최고 두뇌들의 숨 막히는 머니게임
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전혀 모르는 다른 세계를 훔쳐보는 일은 퍽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간접경험이 주는 재미를 위해 책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것 아니겠는가?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나 증권 혹은 채권 트레이더 등 소위 금융전문가에 대한 환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대체 그곳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일을 하길래 전화기를 두세개씩 들고 있는가?

약간 풀어헤친 넥타이에 까칠한 수염을 가지고 철인처럼 밤을 새워가면서 일할 정도로 정말 바쁠까?

또 그들은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벌어 주길래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을까?

정크 본드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모기지 채권시장은 또 뭐고, 그들은 어떤 논리로 미래를 예측하는가?  등등

 

New New thing과 Money Ball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쓴 라이어스 포커에는 1980년대 월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마이클 루이스라는 사람은 모르는 분야를 친절하고 재밌게 소개해 주는 재주있는 작가인줄만 알았는데,

이 사람이 바로 80년대 모기지 채권 트레이딩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던 회사 살로먼의 직원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꽤 잘나가는...

(지금은 스미스 버니에 흡수되어 살로먼 스미스 버니가 되었다.)

 

이 책이 나왔을때, 뉴스위크에서는 "마이클 루이스의 생생한 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트레이더의 눈썹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400여 페이지되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오히려 월가 혹은 금융권의 일상에 대해서 함부로 아는 척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아는 척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흥미로워서, 미국 금융권을 다룬 600여 페이지의 또 다른 책 '전염성 탐욕'을 읽기 시작했다.)

 

결국 월가는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챕터마다 도장처럼 찍혀있는 Wall Street Greed라는 문구처럼 탐욕이 있는 그대로 인정되는 곳이었다.

무지한 사람을 속이고, 제도의 틈새를 파고들고, 정글처럼 내부 경쟁이 치열한 곳.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한 탐욕의 소유자이거나, 오히려 탐욕을 초월한 사람 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결국 채권 세일즈맨이었던 저자는 Caveat emptor(사는 사람이 주의깊게 봐야지)라는 라틴어 경구가 지닌 비정함을 못견디고 뛰쳐나온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Contrarian 즉 역발상 전략가와 특정사안에 대한 발빠른 2차 3차 효과에 대한 것이었다. (295~298페이지)

많은 투자자들은 돈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하지만, 그것은 고독의 두려움만큼 강하지 않아서 투자자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회피하는 위험을 짊어질 확실한 논리와 그것에 대한 신념이 있다면 그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거대 기업의 실패를 그대로 보고 넘어가지 않던 시기의 위태한 기업의 채권을 헐값에 사는 것이 그 예이다.

 

큰 사건이 터졌을 때의 연쇄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행동하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예를 들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뉴스가 나온지 수 분만에 원유(원자력 발전의 대체재)를 매수한다거나,

원유를 매수한 몇 분 뒤에 "감자를 사. 빨리 움직여." 하고 전화를 끊는 기민함 (방사능 작진이 감자를 포함한 유럽의 농작물의 대용물은 미국의 감자)은 돈을 벌고 못벌고를 떠나 극적인 재미가 있다.

 

도쿄에 강진이 일어났다면? 많은 일본 투자자들은 공황상태에서 엔화를 팔고 일본 주식시장을 빠져 나오려 하겠지만,

역발상 전략가들은 그 매물에 의해 싸진 주식과 일본 국채(지진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일시적 위축 →일본 정부의 금리인하로 재건활동 자극→금리 인하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 , 엔화(일본기업들의 엔화 본국 송환→투기 거래자들의 기대로 인한 엔화 매수→엔화매수로 인한 엔화 가격상승)를 매수하게 된다. (일본에 지진나기를 기도하거나 하지는 맙시다.)

 

전체적으로 80년대 이야기여서 조금 뒤떨어진 감이 있긴 하지만, 치열하다 못해 지독한 금융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과연 그들의 생활이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