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기의 진실
잭 M. 홀랜더 지음, 박석순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잭 홀랜더 씨는 지구가 곧 멸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고,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환경 비관론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책을 썼다.

바로 "환경위기의 진실"이라는 책이다. 사실 생존과 관련된 것은 언제나 큰 주목을 받고 설득력을 얻는 속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론자들의 말이 사실인지 의심을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고, 환경 낙관론자의 주장은 어떤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만육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조금 싸게 샀지만서도...)

 

그러나! 환경비관론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이 무기는 그다지 날이 서 있는 것 같지 않다. 환경위기로 지목된 부분들(예를 들면, 대기오염,인구, 식량, 수산자원, 온난화, 수질오염 등등)을 챕터로 나누어 조목 조목 비판하려고 하는데, 이 모든 원인을 '가난'으로 귀속시킨다.

각 챕터는 동일한 논리 구조로 진행된다. <비관론자들은 이런 견해를 내 놓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저지른 일이 아니며, 지금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점차 개선되는 경향성이 있고, 문제는 가난한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환경의식이나 기술을 보면 모두 잘될거다.> 라는.... 이 순진한 낙관론은 단 한 챕터의 예외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분은 화학과 원자력을 공부하신 과학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세계적인 혹은 한 국가 내의 부의 편중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풀기가 화학이나 물리학의 오랜 난제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어렵다는 것을 모르고 계신 것 같다. 또 이분은 미국에 사시는 백인 남성이라서 그런지 여타 국가들의 가난을 단순한 원조의 대상이나 아직 발전하지 못한 미개한 국가들이라는 제국주의적 시각을 자신도 모르게 갖고 계신 것 같다. 모든 환경위기의 만능열쇠인 미국과 선진국의 '富'가 어떤 식으로 쌓이는 지를 의식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미국이 가진 부유함의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년대를 사신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의 저작도 좀 읽어보심이 옳지 않을까 싶다.

 

혹시 저자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낙관론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에 의식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교토의정서를 비준시키지 않는 과학적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이 이 조약에 참여하게 되면 앞으로 몇십년 동안 2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147페이지)고 스스로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몇몇 주장들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모든 환경 오염과 파괴에 인간의 활동이 결정적인 변인인가 하는 물음같은 것 말이다. 물론 비관론과 낙관론의 양측에서 제시하는 근거 자체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이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괜한 공포나 죄책감 같은 것이 정당한 것인가 아닌가를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낙관론자들의 좀더 설득력있는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이 폴 호켄의 '비지니스 생태학'처럼 대안의 모델을 다루고 있다면 더욱 고맙겠고 말이다. 

 

이 책의 역자 이름이 왠지 눈에 익어서 찾아보니, 우리 민족의 부흥과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위대한 한반도 대운하의 첫삽을 뜰 수 있도록 열심인 박석순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교수님이 100분 토론에 나와서 누구인지 모를 이익을 위해 호통치시던 모습을 잭홀랜더 교수님과 무의식적으로 오버랩 시킨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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