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 Authentic Happiness (2002)
마틴 셀리그만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완전한 행복은 긍정심리학을 새로이 선포하고 있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둡고 우울한 측면들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세븐'이나 '양들의 침묵' 같은 영화에서 정신분석학을 통해 연쇄살인범들을 잡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입은 씻기 힘든 외상(트라우마)을 다루고, 세상의 온갖 괴팍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공격/폭력성이나 성적인 무의식들과 같은 의식의 저편에 축축하고 음울한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이 셀리그만을 통해, 건조한 대기에서 따뜻한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하얀 이불같은 모습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느끼는 부정적인(negative) 정서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었다. 셀리그만은 행복, 기쁨, 지지 등등의 긍정적인(positive)한 정서와 행위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자신의 정서 상태를 잘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문화권에 사는 한국사람들에게 셀리그만의 여러가지 이야기가 약간 낯간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내게는 셀리그만의 논의들이 지나치게 미국식 심리학의 방법론에 의지한 채 진행되는 것도 약간 못마땅 했다. (예를 들면, 행복이라는 것을 조작적으로 정의하여 측정하고 그 점수로 다른 변수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하는 등의 방법론들은 철학자 러셀이 문학적으로 이야기하는 "행복의 정복"이라는 수필보다 오히려 설득력이 적어 보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심리학은 왜 100여년 동안 인간의 반쪽 영역을 무시해 왔는가? 그것도 훨씬 유쾌하고 기분좋은 반쪽을 말이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을 키워 나가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서 이미 저질러진 여러가지 부정적인 행동들을 교정하는 것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임에 틀림없다. 행복한 삶은 부정적인 정서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강화해 나가는데 있는 것이다.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자.

 

쾌락적인 삶은 오로지 긍정적 정서를 되도록 많이 느끼는 데 열중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행복한 삶은 자신의 대표 강점을 잘 발휘하여 참되고 풍요한 만족을 얻는데 열중하는 것이다. 의미있는 삶은 행복한 삶보다 한가지 특징이 더 있다. 바로 자신의 대표 강점을 자신의 존재보다 더 큰 무엇에 이바지하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를 아우를 때 완전한 삶이 된다. (362페이지)

 

이 세 줄만 보면 뭐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말씀이다. 그래도 네 아이를 키우며, 미국 심리학회장을 지냈고, 스스로 신경질적이었다고 고백하는 삶에서 우러나온 그의 이야기들은 일과 사랑, 육아와 같은 삶의 현장에 대한 긍정심리학적 통찰들을 책 전체에 걸쳐 골고루 할애하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www.authentichappiness.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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