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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 지식인,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 지식인,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 Mission 10만 달러 - 대한강국의 길 : 매일경제 대한강국 프로젝트팀.
위 두권의 책은 신문사의 특별프로젝트 팀이 펴낸 책이라는 점을 빼고는 닮은 것이 하나도 없는 책이다.
신문기자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지은 책들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이다.
지식인의 죽음은 87년 서울 항쟁이후 쟁취한 정치적 민주화 이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기획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외부필자들의 적절한 활용, 균형잡힌 시각 등 무엇하나 나무랄 곳이 없다.
이 프로젝트 팀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지식인들의 표상이 바뀌었고, 지식이 전문화 대중화 되면서 지식인이 위기를 맞은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정치권력/경제권력/문화권력/시민운동/정책지식/학술진흥재단과 미국/대중지성 등 2000년대 한국 지식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꼼꼼히 짚어 나간다.
짐작하는 대로 문제는 신자유주의 광풍 아래 지식인들이 자본의 자기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핵심은 그것이다. 아는 것이 힘인 만큼 지식인은 대체로 힘이 있다. 과거 정치권력에 모든 힘이 집중되어 있을 때, 지식인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의 힘으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고, 어느 권력에도 흡수고용되지 않고 독자적인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식인들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크고 거대한 형태에서 점차 일상속으로 스며들었다. 여전히 정치적 권위주의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늙수그레 할배씨들이 포진해 있지만, 이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보톡스를 아무리 맞아도 죽어갈 것이다.
그런데 더 무서워진 것은 신자유주의의 체제의 경제권력이다. 이제 지식인들은 그 지식의 경제적 효용만을 가지고 돈을 쫓는다. 공적인 차원에서 사적인 차원으로 지식은 사유화되고 지식인은 민영화 되었다. 승자 독식의 시장에서 마케팅을 통해 자신과 자신이 가진 지식을 포장하고 기득권에 봉사한다. 앞서 말한대로 지식인은 힘이 있는 사람들이고, 이들의 힘은 사회의 균형을 맞추고, 신자유주의적 매정함을 비판하는데 쓰일 수도 있지만... 힘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환경이라면 대체로 돈과 명예, 지위, 권력 등을 갖는 쪽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서 보이는 미국 박사들에 의존한 한국 지식의 재생산 체계는 끔찍한 수준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지은 그 장하준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교수를 하려고 했다가 영국 박사라는 이유로 임용에서 떨어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잡지의 에디터인 그를 "3류 잡지 편집자가 어딜...." 했다는 기존 교수의 시각은 정말 호러블하다. 경제학에서의 시카고 학파 소위 '시카고 보이스' 들은 자유주의의 시각을 대표하는 바로 그 주류 경제학이다. 김수행 서울대 교수가 얼마전 정년 퇴임하면서 마르크스를 가르키는 교수는 없다고 한다. (내 전공인 심리학 분야도 비슷한 처지다.)
그럼 미션 10만달러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전형적으로 기득권자들의 힘에 붙어먹는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다. 어찌 보면 우석훈의 평화경제론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정확하게 반대편 대척점에 서있는 책인데... 그야 말로 촌놈들이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의 대한강국을 목표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살자는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쓰여졌다.
한마디로 경제에 있어서의 모든 규제는 잘못되었고,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잔인한 골자다. 평화롭게 굽이쳐 흐르는 물길을 직강화하고 모든 강물을 개방해서 물살을 거세게 만들자는 것이다. 작은 물고기들은 물살에 떠내려가든 말든 큰 물고기 몇마리는 살아남자는 것이다. 규제의 예는 정말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규제들일 뿐이다. 규제가 있다는 것은 어떤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다. 그 규제가 왜 생겼는지 따져보는 자세는 필요없고, 무조건 규제는 나쁜 것이라고 강변한다.
사회심리학에는 Inoculation 이론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일종의 예방 접종하는 것인데,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에 반하는 주장들을 소개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예를 들면, 생태학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생태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도널드 베일리 같은 환경낙관론자들의 주장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중에 환경낙관론을 접했을 때 훨씬 강한 면역체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배신감을 느끼고 변절하는 골수주의자들의 경우는 대체로 이런 inoculation과정이 없었을 때 일어난다.
미션 10만달러는 대표적으로 예방접종이 없는 일방적인 주장들의 남발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용인된다. 북한을 식민지로 삼아 착취해야 한다(남북경혐이라는 이름이지만...)고 버젓이 이야기 한다. 속도와 힘에 취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한 고민은 없다. 아니 이 경제신문 기자들의 삶의 의미와 행복은 아주 단순히 1인당 국민 소득 10만달러이다.